지난 2016년 3월 북한 김정은(가운데)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기술자들을 만나 핵탄두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한미 연합군의 탐지·요격을 피할 수 있는 미사일 도발 수단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2016년 3월 북한 김정은(가운데)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기술자들을 만나 핵탄두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한미 연합군의 탐지·요격을 피할 수 있는 미사일 도발 수단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는 도발 수단의 다양화라는 의미와 함께 진전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시험하고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통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탄두 중량이 적어 200~300㎏짜리 탄두를 실을 수 있는데, 여기에 핵탄두를 싣는다는 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상당히 진전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2017년을 전후로 500㎏급 핵탄두 제작 기술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년이 지난 지금은 소형화 기술이 더욱 발전됐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 판단”이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은 지난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험실 수준에선 200~300㎏급 핵탄두를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핵 소형화를 위한 기본 데이터를 확보한 상황이라 순항미사일에 탑재할 정도의 소형 핵탄두 개발 시도도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울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차장은 최근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로는 200㎏ 수준의 중량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 소형화 능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작년에 발간된 2020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에 대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만 했다. 다만 한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500㎏급의 소형 핵탄두는 이미 제작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탄두 중량 400~500㎏급 핵탄두 제작을 완성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했다. 이 소형 핵탄두들은 요격 회피 기동을 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뿐 아니라 최근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개발 중인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 등에 모두 장착 가능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1t 이상의 핵탄두를 장착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이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한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추가 ICBM 발사 등으로 관련 기술을 완성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북이 핵탄두 크기와 미사일 종류를 다양화해 언제 어디서든 핵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완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탄두 중량 다양화라는 차원에서 이번 7차 핵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탄두 중량 200~300㎏급의 소형 핵탄두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 위력과 폭발 여부를 실제 확인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실전에서 쓸 수 있도록 폭발력을 낮춘 전술핵이거나 소형 핵탄두 실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형 핵탄두 핵실험에 성공한다면 북한은 전술핵을 운용할 수 있음을 세계에 공표하는 셈이다.

소형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운용한다는 건 북한이 전술핵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뜻이다. 북한 미사일의 다양한 사거리를 감안하면 우리 군 주요 시설뿐 아니라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 멀리는 괌 미군 기지까지 모두 전술핵의 위협을 받는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리해지자 전술핵 사용을 위협하고 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김정은이 전술핵과 전략핵 능력을 모두 완비한다면 어떤 위험한 생각을 갖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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