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이씨의 추락·표류 정황을 다수 확인했음에도 이씨의 월북이 추정된다고 발표하는 등 사실상의 ‘월북 몰이’를 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감사원 전경/News1
 
감사원 전경/News1

감사원은 올 6월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정원, 해양경찰청 등 9개 기관을 상대로 이 사건 감사를 벌여 왔다. 우리 군이 2020년 9월 22일 이씨가 생존한 상태로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걸 특수 정보(SI)를 통해 처음 인지한 시점부터, 24일 국방부가 “피살된 이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시점까지를 집중 감사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 결과, 감사원 감사팀은 당시 군과 해경 등이 이씨의 월북 정황보다 그가 선상에서 추락해 북한 해역으로 떠내려갔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추락·표류 정황들을 훨씬 더 많이 확보하고 있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팀은 문 전 대통령이 받은 첫 보고에도 ‘추락 추정’이란 취지의 말은 있지만 ‘월북’이란 단어는 없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가 이씨의 추락·표류 단서와 진술들을 무시하고 근거가 빈약한 이씨 월북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국민의힘 태스크포스(TF)도 지난 6월 “사건 당시 7시간의 방대한 군 감청 기록에서도 (이씨의) ‘월북’이란 단어는 딱 한 번 나온다”고 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은 당시 우리 정부가 이씨 구조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결국 이 사건의 배후가 전 정권 청와대라고 의심하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게 출석 요구를 하고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 통보를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14일쯤 이 사건 중간 감사 결과 발표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시 정부가 다각도로 첩보를 분석하고 수사를 벌여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것” “정치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어 발표 시 논란이 예상된다. 전직 감사원 간부는 “감사원 사무처가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려면 사전에 감사위원회에 감사 결과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전 정권 성향의 감사위원이 과반인 감사위원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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