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스1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스1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1일(현지 시각) 미국 대학 강연에서 “북한은 사실상 세계 4~5위의 핵 무력국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주변국, 미국에게도 심각한 위협”이라며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이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일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전제로 달기는 했지만, 진보 진영 내에서 3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미 펜실베니아대에서 개최한 외교안보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펜실베니아대 초청으로 최근 방미한 그는 “중국의 군사 굴기와 북한·중국·러시아 간 북방 3각 연대가 부상하고 있다”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즉 남방 3각 연대의 가동도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잇따른 탄도 미사일 도발을 통해 대남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에 대해 “북한은 어떤 제재를 가하더라도 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북한 미사일 도발 빈도는 2017년 한참 긴장이 고조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분노와 화염’과 ‘코피’를 말할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수십 개의 이동식발사대(TEL)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한국 뿐 아니라 주변국, 미국 모두에게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다만 “3국 간 안보 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향적 자세를 갖고 있지만 일본은 2015년 합의 이후 경색된 양국관계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있고, 이런 태도로는 정부가 의지가 있어도 국민 여론 때문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일본도 어느 정도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미 의회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 불리한 경쟁 조건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역내 국가들이 미국 방위 부담을 같이 떠맡으려면 동맹국들의 경제력도 튼튼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 같은 동맹에 대해서는 정책적 배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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