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A기가 시험비행 중인 모습. 후미 쪽에 태극 마크가 새겨져 있다.
 
우리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시험 비행하는 모습. /록히트마틴 조선일보DB

지난 8일 북한 군용기 150대의 무력 시위에 대응했던 우리 공군 최신예 F-35A 스텔스 전투기가 기관포에 실탄을 장전하지 않고 출격했던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기관포에는 ‘공갈탄’으로 불리는 교탄(교육용 탄약)만 들어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F-35A를 도입한 이후 기관포 실탄을 단 한 발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제출받은 공군 자료에 따르면, 공군은 F-35A를 도입한 지 4년 6개월이 지나도록 해당 기종의 기관포 실탄을 한 발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기관포 사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돼 왔다는 것이다. 대신 교탄만 5만5100발 보유했다. 교육·훈련에 쓰이는 교탄은 실탄과 탄두 재질이 달라 목표물을 관통하기 어렵고 살상력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F-35A가 지난 8일 북한 군용기 발진에 긴급 대응하면서도 ‘실탄 없는 기관포’를 달고 있었다고 한다. 대신 미사일 등 다른 무장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F-35A 전투기 기관포 발사 장면. /미 공군
 
미국 F-35A 전투기 기관포 발사 장면. /미 공군

F-35A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로 주로 중거리 미사일이 주 공격 무기이지만 기관포는 공대공, 공대지 공격 시 가장 기본적인 무기 체계다. 군 관계자는 “다양한 공중전 상황에선 기관포가 필요할 수 있는데 기본 무기를 유명무실하게 방치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싫어한다고 F-35A를 도입하면서 별칭인 ‘프리덤 나이트(Freedom Knight)’ 명명식도 비공개 처리했다”며 “이제라도 F-35A 무기 체계를 완비해 정상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F-35A는 기관포 교탄도 2019년 3월 처음 도입했으며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훈련 등에서 한 발도 쏜 적이 없다고 한다. 기관포를 이용한 실전 훈련을 안 한 것이다.

문 정부 시절 군 당국은 국회 국방위가 이와 관련한 지적을 여러 차례 했는데도 실탄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위사업청과 공군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15년 12월 미군과 F-35A의 기관포에 사용되는 25㎜ 탄약 구매 계약을 맺었다. 당시에는 미국 인증이 나오지 않아 교탄만 계약했지만, 2018년 허가가 떨어지면서 실탄 구입도 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후 국회 국방위를 포함한 군 안팎에서는 F-35A 실탄 구매를 서두르고 실탄·교탄 사격 훈련을 실시해 F-35A의 전투 능력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F-35A는 적 레이더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갖춰 주로 중거리 공격용으로 투입되지만, 작전이 적진 깊숙한 곳에서 이뤄지면 적기와 근접 교전 가능성이 커지고 이때 기관포 사격은 필수가 될 수 있다. 실제 공군은 지난 2015년 F-35A 도입 과정에서 기관포 실사격 능력을 점검하고 사격 훈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F-35A를 4년에 걸쳐 40대 전량 도입해 놓고도 정작 기관포 실탄은 한 발도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기관포 실탄 보유를 위해 노력은 했지만, 실탄 조달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군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F-35A 운용에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F-35A가 북한 지휘부 및 핵·미사일 시설을 기습 타격하는 능력을 갖춘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이기 때문에 북한 눈치를 보던 문재인 정부 시기에 정책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F-35A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로 꼽히기도 한다. 문 정부는 F-35A 도입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1994년 영변 원자로 시설을 폭격했으면 북한은 결코 보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장련성 기자

F-35A는 정상 작전을 개시한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비행 불능 상태(G-NORS), 특정 임무 불능 상태(F-NORS) 등 각종 고장 판정만 총 234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인데도 F-35A를 전력화하는 지난 4년의 ‘골든 타임’ 중 상당 기간을 실탄 미확보와 잦은 고장 등으로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원식 의원은 “군 당국은 지금이라도 F-35A가 정상적인 대비 태세를 갖추도록 지난 4년간 무엇이 문제였는지 실태 파악을 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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