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정보 당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기존 도발의 틀을 깨고 있다고 보고 그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이 전략 자산인 항공모함을 동원해 한반도 인근에서 훈련하거나, 국군의 날 등 우리 군이 대규모 행사를 하는 날엔 도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 북한은 이런 전례를 깼다. 미국 시간을 감안해 우리 시간 아침에 주로 쏘던 탄도미사일을 해가 지고 발사하기도 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지난달 ‘핵 사용 법제화’ 발표 이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의도를 과시하는 행동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국군의 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티비로 시청하고 있다. 2022.10.1 /연합뉴스
 
북한이 국군의 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티비로 시청하고 있다. 2022.10.1 /연합뉴스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은 자기 계획에 따라 미사일을 개발 중이고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에 맞춰 그 성과를 발표하려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최근 북한의 도발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 항모 동원 훈련 기간과 우리 군 창군 기념일에 미사일 도발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방한했을 때도 도발을 자제해 왔는데 이번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방한을 전후로 미사일을 쐈다. 해리스 부통령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경고 메시지까지 보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자신들의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라며 “항모 훈련은 한미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무력 시위인데, 이런 것으로도 이젠 북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자신감의 바탕에는 2019년 이후 추진해온 신형 무기들이 완성 단계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기간 이스칸데르, 에이태킴스, 초대형 방사포 등 신무기 개발에 몰두해 왔는데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이 사실상 실전 배치됐다는 것이다. 한국·일본 등을 겨냥한 소형 핵 공격도 가능해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은 문재인 정권 당시 말로는 평화를 외치며 핵 무력을 꾸준히 개발해왔고, 결실을 이뤘다”며 “이런 신형 무기들로 밤과 낮, 시기를 가리지 않는 도발을 벌여 한·미가 전략 자산을 전개하더라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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