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선제공격을 법제화한 가운데 한·미 양국이 북핵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또 기존 핵·미사일 방어 체계와 함께 우주·사이버 영역 등 전 분야에 걸친 군사 능력을 통해 한국을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가운데) 미 국무장관과 조현동(오른쪽에서 둘째)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장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외교부
 
토니 블링컨(가운데) 미 국무장관과 조현동(오른쪽에서 둘째)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장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외교부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6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보니 젱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과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EDSCG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2018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회의 초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회의장에 들러 한국 대표단과 인사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핵·재래식·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 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며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 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성명에선 지난 7월 F-35A 전투기 연합훈련, 지난 15일 한국 대표단의 B-52 전략폭격기 시찰 등이 언급됐다. 미국이 북의 위협에 대응해 가용한 전략자산들을 한반도에 전개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한·미 합의의 일환으로 이번 주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에 입항,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항공모함이 우리 작전 구역에서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건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5년 만이다.

이와 함께 성명은 “미사일 대응 역량과 태세는 물론 우주·사이버 영역에서의 지속적인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간 사이버·전자기 협력은 (북핵 위협의) 사전 차단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발사 전 교란) 체계 구축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미국은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북한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하는 사이버 교란 체계를 개발해왔다. 북한이 지난 3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지만,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것도 이런 미국의 사이버전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신 차관은 미 사이버사령부를 방문해 사이버 테러와 해킹, 자금 탈취 등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한 한·미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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