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8일 오전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8일 오전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남북 군사합의 4주년을 맞아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였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적 현안에 대해 낸 이 첫 메시지는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2018년 9·19 합의 서명 이후 수도 없이 합의를 파기했다. 김정은이 직접 깼다. 이듬해 11월 김정은은 연평도 도발 9주년을 맞아 서해 NLL에서 북쪽으로 불과 18㎞떨어진 창린도 해안포 부대를 방문해 “한번 사격해보라”고 직접 지시했다. 해안포에 덮개를 씌우거나 포문을 닫아야 한다는 약속은 처음부터 지키지 않았다. 이어 2020년 5월 남측 GP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한 달 후에는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그러는 사이 국군의 대북 방어 능력은 크게 약화됐다. 확대된 비행 금지 구역 때문에 최전방 군단에 배치된 우리 무인기의 대북 표적 식별 능력이 44% 떨어졌다. 북한은 해안포를 마구 쏴도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우리 K-9자주포 부대는 포를 배에 싣고 육지로 나와 원정 사격 훈련을 했다. 여기 들어간 비용만 100억원이다.

9·19 평양공동선언의 핵심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간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 위협을 공세적으로 키워왔다. ‘하노이 노딜’ 이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신형 전술핵무기를 개발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핵무기 사용 범위를 ‘전쟁’에만 한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명시한 법까지 만들었다. 김정은은 그 법을 통과시키며 “절대로 비핵화란 없으며 그 어떤 협상도,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선언했다.

문 전 대통령도 이 같은 일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북한이 내팽개친 합의문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 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해 “교실에서 특정한 친구(북한)한테만 좀 집착하는 학생 같아 보였다”고 했다. 크게 틀린 말 같지 않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