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옆에 경위국장·경호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행사에서 밀착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김정은 왼쪽은 김철규 국무위 경위국장. /조선중앙TV
 
김정은 옆에 경위국장·경호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행사에서 밀착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김정은 왼쪽은 김철규 국무위 경위국장. /조선중앙TV

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호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의 공개 활동 시 사진·영상에 잡히지 않던 경호원들이 최근 들어 대거 포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31일 “경호원들이 화면에 노출되면 주민들이 동요하는 등 선전 효과가 떨어져 되도록 카메라 뒤로 빠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선전 효과를 희생해가며 완벽한 경호를 보장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생겼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최근 발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 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호원들이 1호 행사(김정은 참석 행사) 보도 화면에 대거 포착된 것은 지난 28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전국노병대회에서다. 당시 김정은이 손을 흔들며 6·25 전쟁 참전 노병들 앞을 지날 때 짧은 헤어스타일의 건장한 경호원 4~5명은 김정은을 밀착 경호했다. 남색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무선이어폰을 낀 이들은 김정은이 노병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김정은을 에워싸기도 했다. 2018~2019년 남북·미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경호를 총괄했던 김철규(국무위 경위국장 추정)의 모습도 보였다.

김정은이 실외 공개행사에서 밀착 경호를 받는 모습은 한동안 보기 어려웠다. 최근 실외 행사인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 영결식(5월 22일), 평양시내 약국 시찰(5월 15일), 열병식 참가자들과의 기념촬영(5월 1일) 당시 김정은은 경호원들 없이 행사 참가자들과 대화하거나 신체 접촉을 했다.

보도 화면에 경호원들이 대거 포착될 정도로 김정은 경호가 강화된 건 집권 초기인 2012년 하반기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김정은은 “나의 경호를 보장하는 사업에 첫째 가는 주의를 돌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1호 행사장 주변에는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중무장한 경호 병력과 함께 중화기를 담은 검은색 긴 가방을 든 사복 차림의 호위요원들이 배치됐다. 김정은 관저와 별장을 비롯한 전용시설 30여 곳엔 장갑차 100여 대를 배치하고 특별열차 전용역(1호역) 주변의 경호 병력도 대폭 증강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2012년 김정은이 경호에 몰두한 것은 공고하지 못한 권력에 대한 불안이 컸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제재와 코로나 봉쇄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으로 내부가 동요하며 권위가 많이 손상됐고 이에 따라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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