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3일 개성의 폭염 상태를 보도하며 파란색 버스가 시내를 달리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버스는 과거 정부와 현대차가 개성공단 통근용으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조선중앙TV는 3일 개성의 폭염 상태를 보도하며 파란색 버스가 시내를 달리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버스는 과거 정부와 현대차가 개성공단 통근용으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북한이 과거 개성공단 근로자 통근용으로 운행했던 버스를 무단으로 반출해 운행하는 모습이 관영 조선중앙TV에 포착됐다. 북한 관영 매체가 남북 간 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사항을 그대로 송출한 셈이다.

조선중앙TV는 지난 3일 오후 8시 보도에서 “일부 지역에서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며 당일 개성 시내 거리풍경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섭씨 33도 무더위에 도로가 달아오르면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개성직할시 북안동 남대문 인근 시내버스 정류장을 지나는 파란색 시내버스 모습이 담겼다. 그간 공개됐던 평양 시내버스의 모습보다는 오히려 서울 시내를 달리는 간선버스와 비슷하다.

지난 2013년 9월2 일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이 버스와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3년 9월2 일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이 버스와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이 버스는 과거 개성공단 근로자 통근용으로 사용했던 현대자동차 ‘에어로시티’로 추정된다. 개성공단은 2016년 정부의 폐쇄 조치로 가동이 공식 중단됐다. 당시 남겨놓고 온 버스를 무단 반출해 일반 시내버스로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버스 앞면 덧칠한 흔적은 한반도기 문양과 현대차 로고를 가린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관련 보도가 아닌 개성시 풍경을 담은 TV 화면에서 해당 버스가 시내를 다니는 모습이 찍힌 것으로 보아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통근 버스를 일반용으로 운행해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소리(VOA)는 2017년 민간 위성업체 ‘디지틀 글로브’사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개성공단의 버스 차고지에서 한국 기업 소유 버스 수십 대가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일부는 개성 시내를 돌아다니는 장면도 포착됐다.

2020년 북한 평양 시내에서 찍힌 버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2020년 북한 평양 시내에서 찍힌 버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4월에는 개성공단에서 불이 나면서 북한이 남은 생산 설비를 무단으로 재가동해왔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에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의류공장 설비를 무단으로 가동해 학생 교복과 내수용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만약 북한이 버스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국유화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남북투자보장 합의서 위반에 해당한다. 통일부는 “우리 국민 재산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 침해는 남북 간 관련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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