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당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유족이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민정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3명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이 사건을 접수한 뒤 바로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로 ‘월북 프레임’을 씌워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면 대한민국 헌법으로 마땅히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씨 유족은 국방부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북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가 사흘 만에 ‘시신 소각이 추정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고 지난 16일 발표한 것을 근거로 서 전 실장을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가 월북 조작을 위해 해당 지침을 국방부에 내렸는지 등을 수사로 규명해 달라는 것이다.

이씨 유족이 김 전 민정수석과 이 전 민정비서관을 고발한 것은 서해 공무원 피격 당시 해양경찰청이 사건 7일 만에 ‘자진 월북’이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배경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침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A 행정관이 해경 지휘부에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사건을 과거 ‘공안부’로 불리던 ‘공공수사부’에 배당한 점 등을 들어 사건 당시 청와대와 해경 수사 라인에 대한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씨 유족은 문 전 대통령을 추가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족의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방부 등에 하달한 월북 관련 지침이 있고, 민정수석실이 해경에 전달한 지침으로 인해 ‘월북 조작’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사건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는) 정보 공개 청구를 했는데 23일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한 회신을 본 뒤에 문 전 대통령 추가 고발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씨 유족은 오는 24일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문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관련 정보 공개를 정식 요청할 계획이다. 우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대통령기록물 열람 요구에 대해 “정식으로 요청하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가 동의하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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