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지난 10일 경기도 양주 육군 25사단에선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와 방산업체 CEO(최고경영자), 주한 무관단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미타이거(Army TIGER) 시범여단 전투단’ 선포식 및 신규 무기체계 명명식이 열렸다. 아미타이거는 육군이 추구하는 미래형 전투체계로, 각종 전투 플랫폼에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적용해 전투원의 생존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아미타이거는 차륜형 장갑차와 소형 전술 차량 등 기동 장비로 전 부대가 빠르게 전장을 누비는 ‘기동화’가 핵심이다. 1개 보병여단 전체가 시범 부대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투원과 드론봇(드론+로봇) 전투체계, 워리어플랫폼 등 모든 전투체계가 밀접하게 연결되는 ‘네트워크화’, AI 기반 초지능 의사결정체계가 상황 판단과 결심을 지원하는 ‘지능화’도 포함된다. 육군이 많은 돈이 들어갈 아미타이거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인구 절벽에 따른 대규모 병력 감축에 의한 전력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육군이 아미타이거 대대로 전투 실험을 한 결과 기동 속도는 20배 향상됐고, 적 주요 표적 식별은 4배, 적 지역 피해는 2배가 각각 증가했다. 차륜형 장갑차, 드론, 로봇, 워리어플랫폼 등을 활용한 결과다. 육군은 오는 2040년까지 모든 전투여단을 아미타이거 부대로 바꿀 계획이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 말까지 11만8000명의 병력이 줄어들어 ‘병력 감축 폭탄’을 맞은 육군은 물론 해·공군에도 2~3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 열풍이 풀고 있다. 여기엔 국방 AI를 비롯, 빅데이터, 드론, 로봇,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등이 망라돼 있다. 이 중 항상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AI다.

국방 AI는 미래전에서 신속한 실전 대응과 관련해 강조되고 있는 이른바 ‘오다(OODA) 루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오다 루프’는 Observe(관찰)-Orient(인식·상황 판단)-Decide(결정)-Act(행동)로 구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에 적용하면 탐지-결심-타격하는 과정이다. 이를 군의 목표대로 30분 내에 실현하려면 최대한 빨리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탐지해 어떤 발사대를 타격할지 결정한 뒤 탄도미사일·전투기·무인기 등으로 타격해야 한다.

문제는 탐지해야 할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 표적 숫자가 크게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엄청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한·미가 추적해야 할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는 100여 기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KN-23·24 등 신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의 등장으로 현재 그 숫자는 200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상당수 미사일 발사 차량은 위장되거나 터널 등에 숨었다가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4년 이후 대형 정찰위성 5기(425사업)는 물론 수십 기의 초소형 정찰위성에서 나올 엄청난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큰 도전 과제다. 정찰위성은 보통 가로·세로 각 10㎞씩 끊어서 촬영하는데 너무 넓어 지역별로 확대해서 보지 않으면 목표물을 식별하기 어렵다. 가로 300m, 세로 200m 정도 크기의 지역으로 세분화해야 제대로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10㎞씩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1650장의 세부 확대사진이 나온다. 정찰위성들이 하루에 10㎞ 단위로 찍은 사진을 500~1000장 만들어낸다면 세부 확대 사진은 8만2000~16만5000장에 달하게 된다. 세부 사진 한 장당 1분씩만 들여다봐도 사진 판독에 1375~2750시간이 필요하다. 영상 전문 판독관 100명이 달라붙어도 13~27시간이나 걸리는 규모다. 사람 능력으로는 신속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해결사’가 바로 국방 AI라는 것이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AI를 활용해 북한 내 광범위한 지역에서 촬영된 각종 영상 정보에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신속하게 식별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여기엔 흐릿한 위성 사진의 해상도를 높여 선명한 사진으로 만들거나 위장된 이동식 발사대를 찾아내는 기술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수백 대의 적 군집(群集)드론을 공격해 대응하는 군집드론, AI 조종사, 자율주행 무인 지상 차량, 사이버 방어 시스템용 국방 AI들도 개발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내년까지 국방 중기 계획 중 AI 사업 예산은 8410억원 정도다. 현재 AI 관련 국방 기술 과제는 63건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 과제 중 가장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방 AI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보안상 이유로 각종 데이터 공유·공개에 대한 제한이 많아 AI 기술 개발에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국방 AI 개발 및 확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국방 거버넌스가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다.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장은 “국방 AI 위원회 등 민군 융합형 AI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을 미국 등에 의존하는 것도 족쇄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군 수뇌부 진급·보직신고 자리에서 “군사전략·작전개념을 비롯한 국방 전 분야에서 제2 창군 수준의 혁신으로 AI에 기반한 과학기술 강군이 될 수 있도록 국방혁신4.0을 강력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말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절박감을 갖고 국방 AI 개발 및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과학기술 강군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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