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규모 열병식에 등장한 KN-23 개량형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에 2발씩 탑재되며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들을 신속하게 식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북한 대규모 열병식에 등장한 KN-23 개량형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에 2발씩 탑재되며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들을 신속하게 식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요즘 국내외에서 4차산업혁명 기술을 국방분야에 접목하려는 노력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중 항상 맨 먼저 거론되는 게 AI, 즉 인공지능입니다. 오늘은 AI를 우리 국방분야에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다양한 국방 인공지능 기술 개발

우선 제가 지난주 참석했던 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16일 한국국방MICE연구원 등 주최로 열린 ‘미래전 지원을 위한 무인·자율시스템 발전 세미나’에서 김상희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인공지능센터장이 ‘국방인공지능 기술현황 및 발전방향’을 주제로 흥미롭고 의미있는 발표를 하셨는데요,

김 센터장에 따르면 국방AI는 전자광학, SAR(합성개구) 레이더 등 각종 정보자산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 데이터로부터 유도된 사실들에 대한 인식 지능, 복합적 사실로부터 유추하는 판단 지능,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도출하는 결심 지능 등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 등이 개발중인 초소형 SAR(합성개구) 레이더 위성.  군 당국은 30여기의 초소형 정찰위성을 띄울 계획인데 이들 위성이 수집한 다량의 정보는 국방 AI로 초고속 처리될 수 있다. /연합뉴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 등이 개발중인 초소형 SAR(합성개구) 레이더 위성. 군 당국은 30여기의 초소형 정찰위성을 띄울 계획인데 이들 위성이 수집한 다량의 정보는 국방 AI로 초고속 처리될 수 있다. /연합뉴스

미래전에서 신속한 실전 대응과 관련해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 이른바 ‘오다(OODA) 루프’인데요, ‘오다 루프’는 Observe-Orient-Decide-Act로 구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공중전의 경우 전투기 조종사가 적기를 관측하고(Observe) 다양한 선택들을 나열한 다음(Orient), 취할 행동을 선택한 뒤(Decide) 교전을 실시하는(Act) 과정입니다. 이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에 적용하면 탐지-결심-타격하는 과정인데요, 이를 군의 목표대로 30분내에 실현하려면 최대한 빨리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탐지해 어떤 발사대를 타격할지 결심한 뒤 탄도미사일·전투기·무인기 등으로 타격해야 합니다.

◇ 인공지능으로 늘어난 북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신속 식별

문제는 탐지해야 할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 표적 숫자가 늘고 있고 탐지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9년 이후 북한은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비롯, KN-24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 KN-25 600㎜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단거리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KN-23을 SLBM으로 개량한 ‘미니 SLBM’ 의 잠수함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남한과 주한미군 기지, 일부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입니다.

과거 한·미가 추적해야할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는 100여기로 알려져 있었지만 신형 미사일들의 등장으로 현재 그 숫자는 200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구나 상당수 미사일 발사 차량은 위장되거나 터널 등에 숨었다가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425사업(대형위성)과 초소형 위성 등 크게 늘어날 정찰위성들로부터 쏟아질 엄청난 양의 정보를 짧은 시간내에 처리해야 하는 것도 큰 도전 과제입니다.

2019년 세종시 호수공원 중앙광장에서 드론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 박람회 일환으로 드론 군집비행이 시연되고 있다.  수백대 이상의 군집드론 공격도 국방AI를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조선일보 DB
 
2019년 세종시 호수공원 중앙광장에서 드론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 박람회 일환으로 드론 군집비행이 시연되고 있다. 수백대 이상의 군집드론 공격도 국방AI를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조선일보 DB

이러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국방 AI입니다. 이날 세미나 발표내용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 등은 AI를 활용해 북한내 광범위한 지역에서 촬영된 각종 영상정보에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신속하게 식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개발중이라고 합니다. 여기엔 흐릿한 SAR(합성개구) 레이더 사진이나 상용 위성 사진의 해상도를 높여 선명한 사진으로 만들거나 위장된 이동식 발사대를 찾아내는 능력도 포함돼 있습니다.

◇ 미 싱크탱크가 제시한 국방 인공지능 응용 7개 분야

표적들이 식별된 뒤엔 군 수뇌부를 포함해 지휘관들이 신속하게 결심해 표적을 빨리 타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이 또한 AI를 통해 향상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군요. 아직 개발이 끝난 건 아니지만 고무적인 소식입니다. 이밖에도 수백대의 적 군집드론 공격해 대응하는 군집드론, AI 조종사, 자율주행 무인 지상차량, 사이버 방어 시스템 개발 용도로도 국방AI가 개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 의회 조사국(CRS)은 지난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국방분야 응용 분야를 총 7가지로 분류했다는데요, 정보감시정찰(ISR), 군수보급, 사이버작전, 정보작전과 ‘딥 페이크’(AI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지휘·통제, 반자율 및 자율주행 차량, 치명적인 자율무기체계 등입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일텐데요, 정부와 군 당국은 AI가 실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자세로 국방 AI 개발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