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한·일과의 연합 군사훈련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을 총동원해 경고의 빈도와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 시각) “우리는 앞으로 며칠 내에(in the coming days)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추진할 가능성을 계속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의 위협에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7일 서울에서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가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선)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2022.6.7/뉴스1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2022.6.7/뉴스1

‘국무부 2인자’인 셔먼 부장관은 방한 이틀째인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회담을 가졌다. 지난주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 이어 국무부 고위급 인사가 연달아 방한한 것은 이례적이다. 셔먼 부장관은 회담 후 가진 약식 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세계 안보를 매우 불안정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한·미·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강력하고 분명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했다.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했느냐’는 질문엔 “북한은 알게 될 것”이라며 모종의 대응책을 마련했음을 시사했다.

조 차관은 “만에 하나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우리는 미국,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와 더불어서 한·미 방위태세 차원에서의 추가적 조치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난사에 연합 지대지미사일 발사 외에 F-35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한 한·미의 군사적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시 대응책과 관련, 프라이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독자 행동은 가장 매력적이거나 가장 효율적인 대응일 수 없다”며 다자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결의를 추진하되, 중·러의 반대로 이것이 여의치 않더라도 한·일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미국의 동맹·파트너들을 모아 규탄 성명과 동시 제재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한·미 전략포럼에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명백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동맹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으며 한·일에 대한 안보 약속은 철통 같다. 북한이 취하는 위협에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전략자산 전개 등 무력 시위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다만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대북 지원과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것으로, 이날 프라이스 대변인도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8일 서울에선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열린다. 지난 3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회에 이어 북핵 대응을 위해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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