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생일 축전을 보냈다고 북한 외부성은 2일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협의회를 소집, 코로나 방역 상황 등을 보고 받았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협의회를 소집, 코로나 방역 상황 등을 보고 받았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북한 외무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대브리튼 및 북아일랜드연합왕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게 축전을 보내시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축전에서 “나는 귀국의 국경절인 폐하의 생일 공식기념일에 즈음하여 당신과 귀국 인민에게 축하를 보냅니다”라고 인사했다.

영국에서는 2일(현지 시각) 여왕 즉위 70주년과 생일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가 시작됐다. 이 날짜를 맞춰 김정은이 공개 축전을 보낸 것이다.

작년 9월 9일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낸 적이 있다. 이날은 북한의 정권 수립일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경일을 기념하면서, 미래에 행운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영국은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과 수교한 나라다. 2000년 수교 방침을 발표했고, 2001년 북한 주재 대사관을 개설했다. 북한은 2003년 주영 대사관을 열었다.

그러나 양국은 인권 문제를 놓고 평소 갈등을 빚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에는 영국이 르완다와 협약을 맺고 영국에 건너온 난민을 아프리카로 보내기로 한 조치를 겨냥해 “영국이 입만 벌리면 외워대는 ‘인도주의’와 ‘인권옹호’라는 것이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영국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나 영어권 기밀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일원으로 활동하며 미국과 밀착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 목소리를 내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은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축전을 보낸 것은, 외교 관계를 맺은 상대국에 적절한 예우를 갖춤으로써 국제무대에서 북한이 정상(正常)적인 국가의 일원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집권 후 북을 정상국가로 만들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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