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코로나 의심 유열자(발열자)가 120만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북한 의료 전문가는 “사망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북한 의사 면허를 가지고 북한 보건정책을 연구한 박기범 하버드의대 한국보건정책프로젝트 국장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북한 사람들은 영양이 부족해서 몸이 약하다. 그래서 회복률도 낮을 수 있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 또 의료시스템, 치료하는 재료 등이 다 부족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북한을 20여차례 직접 방문했다는 박 국장은 “(북한의) 의사 기술은 좋다. 재주도 좋고 의료 서적도 많이 있다. 같이 수술해보면 기술은 좋다”면서도 “시설이 부족해서 힘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장비를 옛날 것도 계속 쓰고 있고 아껴 쓴다. 예를 들어서 메스도 한 번 쓰지 않고 계속 쓴다”며 “호흡기 같은 건 넉넉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 빨리 지원을 해주는 게 좋을 것”이라며 “백신도 중요하지만 치료제, 약, 항생제가 더 빨리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사망률을 1%라고 봤을 때, 북한에서 1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상황을 대비하자는 취지다.

‘평양 변이’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 환자가 확 퍼져서 숫자가 많아지면 변이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제일 높다”며 “계속해서 많은 사람이 걸리면서 전파되면 위험한 변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국장은 “(북한은) 음식도 필요하고 약도 필요하고 장비도 필요하다. 대규모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건 비정부기구(NGO)가 다 감당 못한다”며 “국제연합(UN) 같은 데서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우리가 막을 수 있다”며 “치료할 수 있는 사람들을 빨리 보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제일 중요하다. 위치가 가깝고 말도 통하고 대한민국도 UN 회원국 아닌가”라며 “그래서 한국도 미국도 그렇지만 북한도 사람 살리기를 우선으로 하고 정치 문제는 따로, 둘째로 취급해야 한다. 지금은 이것저것 정치적 상황을 따질 시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하루 동안 39만2920여 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8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이 코로나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15일까지 누적 발열자는 121만3550명, 누적 사망자는 50명이 됐다.

중국만큼 철저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쳤던 북한에서 갑작스럽게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그동안 코로나 확진자를 숨겨온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두고 박 국장은 “코로나 확진자를 숨길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숨기면 오히려 위험이 커지니 나타나자마자 공개하는 게 제일 북한 시민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계속 의심자를 검사했는데 아직까지 케이스가 없다가 며칠 전부터 생기니까 이제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