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 참가했던 각급 부대·단위 지휘관, 병사들과 지난 27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 참가했던 각급 부대·단위 지휘관, 병사들과 지난 27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연합뉴스

안녕하세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개발은 방어용 및 자위용’이라던 종전 북한의 주장과 달리 최근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고 나섰는데요, 우리 사회 일각에선 안타깝게도 이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잇따라 선제 핵공격 가능성 언급한 김정은

우선 김정은의 최근 발언에 대해 살펴보지요. 김정은은 지난 4월25일 북한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을 통해 “우리 핵 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은 이어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는데요,

북한의 근본이익을 침해하면 미국이든 남한이든 선제적으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더 복잡한 문제는 ‘근본이익’이란 게 그야말로 광범위한 추상적인 표현이어서 얼마든지 북한이 억지 핑계를 대고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과 행사들을 지휘했던 군 수뇌부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불러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월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과 행사들을 지휘했던 군 수뇌부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불러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월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이어 4월29일 열병식 참석 군 수뇌부를 불러 격려하는 자리에서도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되고 가중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철저히 제압·분쇄하기 위하여 우리 혁명무력의 절대적 우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부단히 상향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고 북한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4월25일 선제 핵공격 시사 발언과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며칠만에 또 한 것입니다.

◇북, 2018년 “우리 핵무기는 철저히 미국 겨냥한 것” 주장

앞서 김여정은 지난 4월5일 담화에서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처음으로 대남 핵사용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습니다.

그러면 과거 북한과 김정은의 핵무기 및 남한에 대한 입장은 어땠을까요? 지난 2018년2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의 국가 핵 무력은 조선반도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민족공동의 전략자산으로서 결코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핵무기는 철저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불과 6개월여 전인 지난해 10월 김정은은 북한의 첫 국방발전전람회 기념 연설을 통해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며 “분명코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4월25일 북한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세계 최대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뉴스1
 
2022년4월25일 북한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세계 최대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뉴스1

그러면 불과 몇 달만에 북한과 김정은의 발언과 태도가 달라진 배경은 뭘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선제적 핵사용 가능성을 위협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의 행태 등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최근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략을 채택하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정은의 최근 ‘핵 무력 위협’ 행태는 석달 전 푸틴 대통령을 완벽하게 묘사(perfectly describe)하고 있다”면서 “과대망상에 빠진 전체주의 독재자 김정은은 이웃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공격의 위협을 가함으로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2년간의 고립을 깼다”고 지적했습니다.

◇KN-23 개량형 등 남한 겨냥한 전술핵 속속 등장

그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김 위원장의 거칠어진 언사와 행동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리스크·억지력·긴장 고조·벼랑 끝 전술에 대한 ‘지정학 교과서’를 다시 쓰는 동안 그의 제자 김 위원장도 (이를) 분명히 학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강대국에 침공 당하는 모습을 보고 ‘절대 핵포기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을 것이라는 점은 지극히 상식적인 예상이기도 하지요.

김정은의 태도가 바뀐 것이든, 김정은이 본심을 이제 ‘커밍 아웃’한 것이든 이제 핵탄두 미사일 등 전술핵 위협은 우리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이 전술핵 개발을 지시한 뒤 KN-23 개량형 미사일, KN-23을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으로 개량한 ‘미니 SLBM’ 등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신무기들을 속속 시험발사해 성공했습니다.

최근엔 최전방 포병부대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는 단거리 전술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또다시 전술핵을 언급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경제력 격차 때문에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남한과의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전술핵은 그런 열세를 일거에 만회할 수 있는 절대무기지요. 더구나 위력이 작은 저위력 전술핵이 속속 개발되면서 핵무기는 이제 ‘너무 위력이 커 쓸 수 없는 무기’에서 ‘쓸 수 있는 무기’로 변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3축 체계 조기완성은 물론 ‘한국형 핵공유’ ‘핵무장 잠재력 확보’ 등 서둘러야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도 우려하며 “한국형 3축 체계를 조속히 완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에서는 지난달 28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더욱 공고히 하고 향후 핵무기 공유 협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이제는 우리도 핵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성우회 성명대로 미 확장억제 강화에 머무르지 말고 우리 F-35 스텔스기 및 F-15K 전투기와 미 B61-12 전술핵폭탄 등을 연계해 활용하는 ‘한국판 핵공유 체제’, 그리고 핵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핵무장 선택권’(Nuclear Option) 전략 등을 비장한 각오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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