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9시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2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여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최근들어 ‘핵 전투무력’(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전술핵’을 언급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한 지 나흘만에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북남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김 위원장이 직접 핵 무력 강화를 공언한 것은 다음달 새로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와 곧이어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미정상회담 등을 의식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정권 교체기 때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각종 도발을 일삼아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화국의 핵 무력은 언제든지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