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 타격용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는 17일 오전 이뤄졌다. 14시간 가까이 북한의 무력시위 사실을 뭉개다가 이날 북한 관영 매체가 전술핵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자 뒤늦게 이를 확인한 것이다. 합참 발표 후엔 청와대가 “오전 중에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군의 늑장 발표와 청와대의 ‘뒷북 NSC 소집’에 “북한 미사일의 위력을 과소평가했거나 탐지 능력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 2022.3.20/뉴스1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 2022.3.20/뉴스1

합참은 일요일인 이날 오전 7시 46분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 군은 어제(16일) 오후 6시쯤 북한이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2발의 발사체를 포착했다”며 “고도 약 25km, 비행거리는 약 110km, 최고 속도는 마하 4.0 이하”라고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오전 6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하셨다”고 보도한 지 1시간 46분 뒤였다. 군 주변에선 “북한의 발표가 없었다면 군은 끝까지 비공개에 부쳤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

군은 늑장 발표 이유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비공식적으론 “사거리가 110㎞에 불과해 공개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거리 110㎞면 황해남도 등 전방 지역에서 발사 시 수도권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단 위력이 작지만 2600만명이 밀집한 수도권을 정조준하는 전술 핵무기란 점에서 대한민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ICBM보다 훨씬 크고 직접적이다. 이번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의 특징인 포물선 궤적을 그렸다. 군이 그간 사거리에 상관없이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즉각 공개해 온 점에 비춰봐도 이번 늑장 발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비역 장성 A씨는 “최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대남 핵 타격’을 협박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전술핵폭탄 시험이 임박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는 상황에서 북이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면 대남 전술핵 타격 시험을 의심하는 게 순리”라며 “국가 안보엔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던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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