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거리 110㎞… 서울 이남 수도권까지 사정권 - 북한이 17일 공개한 신형 전술핵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북한은 전날 오후 6시쯤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발사체를 발사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참관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비행거리 110㎞… 서울 이남 수도권까지 사정권 - 북한이 17일 공개한 신형 전술핵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북한은 전날 오후 6시쯤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발사체를 발사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참관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17일 최전방 지역에서 한국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전술핵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형 전술미사일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사거리가 훨씬 짧고 위력도 작지만 한국만을 겨냥한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ICBM보다 대한민국 안보에 훨씬 위협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합참은 이날 오전 북한 매체가 보도한 뒤에야 “북한이 전날 오후 6시쯤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 포착됐다”며 뒤늦게 확인했다. 합참은 “북한 발사체의 고도는 약 25㎞, 비행거리는 약 110㎞였으며 최고속도는 마하 4.0 이하로 포착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17일에야 서훈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신형 전술유도 무기체계는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는 북한 최전방 지역에 집중 배치된 장사정포·방사포 운용 부대들로, 유사시 ‘서울 불바다’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전력이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북한)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신형 전술핵미사일의 최전방 배치를 예고한 것이다. 북이 전술핵 투발 전용 무기에 대한 성능시험을 실시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통신은 이 미사일에 대해 “당중앙의 특별한 관심 속에 개발돼 왔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시험 발사를 참관하셨다”고 밝혔다. 대남 핵타격 능력 확보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높은 관심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정부 당국은 북 신형 전술핵 미사일이 지난해 1월 당 8차 대회에서의 전술핵 개발 선언에 이어 지난 5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대남 핵타격’ 위협 발언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여정은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노골적인 대남 핵위협을 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발사 사진을 보면 신형 전술 미사일은 KN-23·24 같은 이동식 발사대(차량)에서 발사됐다. 미사일 외형은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닮았지만 크기는 작았다. 최대 사거리 600~700㎞ 이상인 KN-23은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요격을 피하기 위해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변칙기동이 가능하다. 신형 전술미사일도 KN-23처럼 변칙 기동을 할 수 있고 최대 비행고도가 25㎞에 불과해 요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늘 공개한 신형 전술미사일은 KN-23을 3분의 2 수준으로 소형화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며 “북한군 포병부대가 직접 운용하는 탄도미사일로 구형 KN-02 ‘독사’를 대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 신형 미사일이 KN-23과 KN-24 ‘북한판 에이태킴스’의 기술적 장점을 결합해 만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형 미사일은 외형은 KN-23을 닮았지만 발사대는 KN-24처럼 발사관에 미사일을 탑재하는 형태를 택했다. 300㎜ 방사포(다연장로켓)와 비슷한 이동식 발사대에 4발의 신형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 거리가 110㎞ 정도였다는 점에서 ‘북한판 KTSSM’(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으로 불리기도 한다. KTSSM은 120~150㎞ 떨어진 북한 장사정포 갱도진지 등을 파괴하기 위해 만든 ‘벙커버스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전술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으로 다양한 전술핵 투발 수단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전술핵 개발 공식화 이후 KN-23 개량형 미사일이 현재까지 사실상 유일한 북한의 전술핵 미사일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이보다 작은 전술미사일이 북 주장대로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다면 북한의 전술핵 투발 수단은 KN-24와 KN-25(600㎜ 초대형 방사포) 등으로 크게 확대된다. 이들 미사일이 신형 전술미사일보다 큰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직경 60~80㎝, 무게 600~700㎏ 수준까지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전술핵 운용 효과성 운운하는 북한의 발표는 KN-23·24 등과 그 개량형 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매우 다양한 전술핵무기를 활용하겠다는 의미”라며 “자신들의 국방발전 계획에 따라 도발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신형 전술미사일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해온 전방 지역 북 장사정포 부대에도 배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유사시 DMZ(비무장지대)에서 100여㎞ 떨어진 서울 이남 수도권도 전술핵무기 사정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이후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7차 핵실험도 전술핵 개발과 연계해 소규모 저위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은 3번 갱도에서 10~20킬로톤 이하의 소형 전술핵탄두를 시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는 18일 본격 시작되는 한·미 연합 전반기 지휘소훈련과 최근 동해상에 출동한 미 원자력 추진 항모 전단을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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