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아난티골프장. /조선DB
 
금강산 아난티골프장. /조선DB

북한이 금강산 지구 내 우리 측 자산인 해금강호텔에 이어 골프장과 리조트까지 철거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추진되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작업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미국을 향해서는 모라토리엄(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 파기를 위협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교류·협력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경고하며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금강호텔 외에 골프장에 대한 북측의 추가적 철거 동향도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해금강호텔 해체 작업과 골프장 철거 작업이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관련 사실을 설명하고,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북한이 조속 호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촬영된 민간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해금강호텔 해체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고, 호텔에서 약 1.8㎞ 떨어진 골프장과 숙박 시설도 폭파 공법으로 해체된 정황이 포착됐다. 아난티 골프장은 국내 리조트기업 아난티(옛 에머슨퍼시픽)가 북한이 현대아산에 임대한 대지 168만5000㎡를 50년간 재임차해 세운 시설이다. 2008년 5월 개장했지만 그해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아난티 측은 이날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금강산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며 “골프장(18홀)과 리조트(96실) 등 해당 시설의 자산 507억원을 손상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민간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해금강호텔, 이산가족 면회소 등 20여 시설에 약 419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북측은 한국에 아무런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시설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5년 임기 동안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무능에 불만을 표출하는 동시에 새 정부를 향해 얼마든지 강력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정은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했다. 김정일의 유산이자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을 원점부터 독자 추진하라는 지시였다. 이후 북측은 우리 쪽에 철거 통지문을 보내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가 2020년 초 코로나 사태 악화로 관련 움직임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다 지난달 해금강호텔 해체를 시작으로 ‘금강산 갈아엎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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