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2018년 방북한 정의용 안보실장이 김정은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2018년 방북한 정의용 안보실장이 김정은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질의에는 “단순하게 예스, 노로 대답할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장관은 2018년 안보실장 시절 김정은을 만난 뒤 워싱턴으로 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보증을 선 사람이다. 실제 김정은이 말한 것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었다. 이 말은 북이 20년 넘게 해온 기만술인데도 ‘비핵화 의지’라는 있지도 않은 환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작년 1월 김정은이 ‘핵’을 36차례 강조하며 전술핵과 핵 잠수함 개발까지 공언했다. 그런데도 한 달 뒤 청문회에서 정 장관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했다. 그러자 미국 국무부가 “북의 핵·미사일 확산 의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19년엔 “북의 ICBM은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존 동창리 발사장이 폐기되면 “북의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나 북은 2017년에만 세 차례 ICBM급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했다. 이번 ICBM 발사도 이동식 발사대에서 했다.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부장관을 한 사람이 이렇게 틀린 사실을 말해도 되나. 이 사람이 판단한 국가 안보 정책은 어떤 것이었나. 그는 심지어 핵 없는 한국이 핵 무장한 북보다 ‘군사적으로 훨씬 앞서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모르고 했다면 자격이 없고 알고 했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정 장관은 북이 문 대통령 상중(喪中)에 미사일을 쏘자 “장례를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한 다음에 발사됐다”고 북을 감쌌다. 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조롱하자 “협상을 재개하자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고 해 실소를 낳았다.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뒤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고 했다. 범죄자라도 북 주민의 헌법상 지위는 우리 국민이다. 그렇게 가볍게 말할 사안이 아니다. 북한군 고사총이 우리 GP를 명중했을 때는 “사소하다”, 김정은이 남북 군사 합의를 깨고 서해 포 사격을 명령한 것은 “굉장한 절제”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외교부가 “(장관의) 용어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고 했을 정도다.

정 장관은 작년 북이 ‘핵 폭주’를 재개했는데도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라고 했다. 북이 무슨 도발을 해도 ‘합의 위반 아니다’는 말부터 했다. 지금 김정은이 ICBM을 쏘고 7차 핵실험까지 준비하는 안보 위기가 닥친 데는 정 장관의 책임도 크다. 그런데도 반성은 고사하고 끝까지 궤변, 강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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