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3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강경 정책’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인수위는 이날 통일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새 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비핵화 협상, 남북관계 정상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방안을 통일부와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모습. 2022.3.23/뉴스1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모습. 2022.3.23/뉴스1

인수위는 또 “통일부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 교류 협력, 인도주의 지원 등 통일부의 고유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가 표방하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과는 차별화되는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의 김성한 간사, 김태효·이종섭 위원 등은 이날 통일부 서정배 기조실장 등 실·국장들과 북한의 모라토리엄(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폐기 가능성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점검하고 이를 반영한 통일·대북 정책을 논의했다.

인수위는 업무보고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의 공약인 국민 합의에 기초한 통일방안 추진을 위해 미세먼지, 재해재난, 기후변화 공동 대응, 산림·농업·수자원 협력 등 ‘남북 그린데탕트’ 추진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북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 빈말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남북 그린데탕트’란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기간 논란이 된 통일부 존폐 문제와 관련, “통일부 폐지는 없다”며 “인수위는 통일부가 고유의 기능을 되찾는 쪽으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폐지론은 윤 당선인이 언급한 적은 없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이 주장해 왔다. 인수위 관계자는 “통일부 폐지론에 선을 그은 건 통일부가 잘해서가 아니다”라며 “통일부가 아직도 대북 지원이나 남북 교류·협력을 주요 임무로 착각한다면 곤란하다”고 했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통일부는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역점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반성·자아비판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이다. 대신 6년째 표류 중인 북한인권재단의 조기 출범 계획 등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비교적 상세히 보고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 국군 포로와 납북자·억류자 송환 방안도 다뤄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통일부가 새 정부 대북 기조에 주파수를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인수위는 이날 오전 방위사업청의 업무보고도 받았다. 방사청은 북핵·미사일 대응 ‘3축 체계’ 구축을 위한 군사력 보강 계획과 주요 방위력 개선 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했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킬 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KMPR) 전력을 갖추겠다는 전력 증강 계획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립된 용어다. 3축 체계는 북한 인권과 함께 북한의 거부감이 큰 사안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금기어’ 취급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초 ‘2019~2023년 국방 중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를 ‘핵·WMD 대응체계’라는 말로 바꿨다.

인수위와 방사청은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과학기술군 건설을 위한 무인·로봇의 신속한 전력화 추진 방안도 논의했다. 윤 당선인의 인공지능(AI) 기반 무인·로봇 전투 체계 구축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글로벌 방산 강소기업 육성, 국방벤처 지원 등 중소기업 지원, 미래 전장에 대비한 첨단 전략기술 조기 확보 방안, 첨단 방위산업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수위는 “업무보고 내용을 토대로 향후 통일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당선인의 국정 철학과 공약을 반영한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이행계획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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