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과 관련해 “당장 월요일에 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임박한 상황”이라고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13일 서 실장이 전날 윤 당선인에게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교안보 현안을 브리핑하며 이같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서 실장은 윤 당선인에게 한·미 간에 공유한 북한의 도발 정황에 대한 정보 분석 결과를 보고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서 실장의 브리핑을 매우 유의 깊게 들었고 서 실장에게 여러 가지 질의를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 서 실장이 국가정보원장 시절 만난 적이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은 북한의 ICBM 도발 동향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수위 주요 구성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북한의 ICBM 도발 움직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미 입장 표명을 했다”고 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직전인 지난 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패를 확인하는 조종(弔鐘)”이라며 “향후 북한이 위성 발사를 빙자해 ICBM을 발사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서 실장은 윤 당선인에게 북·중 국경지역 동향도 소상히 보고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를 통해 매일 열차 20량, 매달 400량 정도가 북·중을 오가고 있으며, 북한으로 반입된 물자는 대부분 식량 등 생필품으로 파악됐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코로나 발발 당시 방역 기반이 취약한 북한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북·중 국경 차단이었다”며 “북한이 국경을 열고 중국으로부터 물자를 받는다는 얘기는 식량을 비롯한 경제 사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에 대한 북한 당국의 경계심은 여전한 상태라고 한다.

한·미 군·정보 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ICBM의 최대 사거리 발사 준비를 하는 동향을 탐지한 상태다. 북한은 2018년 5월 폭파·폐쇄했다고 선전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 갱도 일부를 복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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