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현대아산이 소유한 해금강호텔을 해체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추진되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작업이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VOA가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에서 지난 5~9일 금강산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해금강호텔 옥상에 구멍으로 추정되는 어두운 부분이 지난 6일 처음 포착된 뒤 점차 넓어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호텔 앞에서는 중장비로 보이는 대형 물체가 포착됐다. VOA는 “해금강 호텔에서 위성사진에 포착될 만큼의 큰 변화가 관측된 건 처음”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는 모습. 김정은이 이때 해체를 지시한 남측 시설 철거 작업이 최근 재개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는 모습. 김정은이 이때 해체를 지시한 남측 시설 철거 작업이 최근 재개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앞서 김정은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했다. 김정일의 유산이자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을 원점부터 독자 추진하라는 지시였다. 이후 북측은 우리 쪽에 철거 통지문을 보내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가 2020년 초 코로나 사태 악화로 관련 움직임이 잠정 중단됐다.

이번에 포착된 북한의 해금강호텔 철거 정황은 최근 북한이 ICBM 발사와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을 향해서는 모라토리엄(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 공약 파기를 위협하고, 남쪽에 대해서도 교류·협력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경고하며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13일 “북한이 한국 대선에 즈음해 철거 움직임을 보인 데엔 남북 경협에 비판적인 윤석열 당선인 측의 반응을 보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남북 경협 자체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 당선인은 남측 자산을 멋대로 동결·몰수·철거하는 북한의 행태를 문제 삼을 것”이라고 했다.

해금강호텔은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 소유 시설로 관광이 전면 중단된 2008년까지 운영됐다. 우리 정부·민간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해금강호텔, 이산가족 면회소 등 20여 개 시설에 약 4190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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