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고 5년내 다량의 정찰위성 배치 의지를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고 5년내 다량의 정찰위성 배치 의지를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년 안에 다량의 정찰위성을 배치하겠다며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 인근 미군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했다며 “총비서 동지께서는 최근에 진행한 정찰위성 중요 시험들을 통해 항공우주사진 촬영 방법, 고분해능촬영장비들의 동작 특성과 화상자료 전송계통의 믿음성을 확증한 데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군사 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지역과 일본지역, 태평양 상에서의 미 제국주의 침략군대와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5개년 계획 기간 내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해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 능력을 튼튼히 구축하겠다는 국가우주개발국의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통신은 김정은의 시찰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들이 통상 행사 다음 날 관련 보도를 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대선 투표가 진행 중이던 지난 9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선 다음날 김 위원장의 시찰 보도가 나온 건 한국에서 어떤 정권이 출범하든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한반도 긴장국면을 더욱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사업은 단순한 과학연구사업, 정찰정보수집수단의 개발이기 전에 우리의 자주적 권리와 국익 수호이고 당당한 자위권행사인 동시에 국위 제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전쟁억제력을 향상시켜 나라의 전쟁 대비 능력을 완비하기 위한 급선무적인 이 사업은 우리 당과 정부가 가장 최중대사로 내세우는 정치군사적인 선결 과업, 지상의 혁명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연달아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라고 주장하며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건 현대적인 군사 정보 수집에 있어 취약했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북한 입장에서는 군 현대화에 대한 상징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북한이 이제 한국 전체를 정찰의 영역으로 설정해 군사적 전략을 짠다는 의미도 있다.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앞으로 한미가 북한 전역을 정찰위성으로 관찰하는 데 대응하는 차원의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정찰위성 개발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향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주장대로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려면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야 하는데 장거리 로켓은 ICBM 기술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북한이 찍었다고 공개한 지구 사진 해상도가 정찰위성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그 정도는 상용 카메라 정도이지 정찰 카메라가 아니다. 현대 기술로 인공위성 시험은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편으로는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명분을 달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시험 중이라는 정찰위성을 언제 공개, 혹은 발사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대체로 오는 4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110주년을 기점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찰위성의 기술력이 아직 미흡할 경우 북한은 ‘발사’ 대신 군 열병식 등을 통해 형태만을 공개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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