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선 본투표 나흘 전이자 사전 투표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일 또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했다. 올 들어 아홉 번째 도발이다. MRBM은 기술 특성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 직후 북한이 한미가 설정한 ‘레드라인’인 ICBM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국 대통령 선거 등으로 정세가 혼란한 틈을 타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이 미사일이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평양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달 27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이 미사일이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평양 노동신문 뉴스1

합동참모본부는 5일 “북한이 오전 8시 48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거리는 약 270㎞, 고도는 약 560㎞로 탐지됐다. 일본의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도 이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300㎞, 최고 고도는 550㎞로 추정된다”고 했다. 사거리 1000~2500㎞ 안팎 미사일은 MRBM으로 분류한다.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보다는 길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보다는 사거리가 짧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인 6일 해당 미사일이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날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5일 정찰위성개발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위성 자료 송·수신 및 조종 지령(지시) 체계와 여러 지상 위성 관제 체계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 도발이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주장대로 ‘정찰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려면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기술과 ICBM 기술이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이다. 3단 분리체로 구성된 장거리 로켓은 탄두부에 인공위성을 탑재하면 위성 발사 로켓, 핵탄두 등을 장착하면 ICBM이 된다.

청와대는 발사 당일인 5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는 “전례 없이 반복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이를 규탄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국내 대선 일정이 진행되는 등 매우 엄중한 시기”라며 “북한은 추가적인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연초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 단거리·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ICBM 발사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일성 탄생 110주년인 오는 4월 15일을 전후해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회의에서 핵실험·ICBM 재개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검토를 시사했다. 북한은 당시 미국 본토까지 포함되는 1만5000㎞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향상을 비롯, ▲수중 및 지상 고체 엔진 ICBM 개발 ▲핵 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극초음속 무기 도입 ▲초대형 핵탄두 생산 ▲군사 정찰위성 운영 ▲500㎞ 무인 정찰기 개발 등을 공언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다면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발사장에는 각종 로켓 발사 시설이 구비돼 있다. 다만 합참은 “현재 동창리 발사장 일대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관측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엄중하게 규탄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노력을 추구하겠지만 긴장 조성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향후 북한이 위성 발사를 빙자해 ICBM을 발사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패를 확인하는 조종(弔鐘)”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