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8일 만에 무력시위를 재개했다. 올 들어 8번째 도발이다. 한국이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두고 있고,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혼란한 상황에서도 북한은 한미를 압박하기 위한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7일 “오전 7시 52분쯤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사거리는 약 300km, 고도는 620km가량으로 탐지됐다. 북한은 1월에만 7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는 도발을 자제했다. 최대 우방 중국의 잔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발사를 재개한 것이어서 다시 본격적인 도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누굴 가리키나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북한 평양에서 개막한 '초급당비서대회'에 참석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조선중앙TV
 
누굴 가리키나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북한 평양에서 개막한 '초급당비서대회'에 참석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청와대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엄중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NSC 위원들은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려고 진력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청와대는 이날도 북한의 행위를 ‘도발’로 규정해 규탄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에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9월 15일 북한의 발사 때는 ‘도발’ 표현을 사용했지만 북한 김여정이 이를 문제 삼은 이후부터는 ‘도발’을 쓰지 않고 있다.

이번 미사일과 관련, 합참은 “고각으로 사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라고 했다. 북극성-2형 또는 노동미사일(화성-7형)을 발사했을 수 있다. 5년 전 개발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인 북극성-2형이 맞는다면 정상 각도(30~45도) 발사 시 사거리는 최대 2000km 안팎이다.

이런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면 하강할 때 더 큰 에너지로 가속한다. 이 때문에 탐지·요격이 어려워진다. 북한은 2017년에도 북극성-2형을 고각으로 발사한 적이 있다. 당시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각 발사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전문연구위원은 “올 들어 북한이 여러 종류 미사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며 “한미 요격망을 자기네 전력으로 얼마든지 교란하고 무력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무력시위”라고 했다.

이날 합참의 북한 탄도미사일 제원 발표는 또다시 일본보다 늦었다. 일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오전 9시 40분쯤 “북한 탄도미사일 고도는 약 600㎞이며 300㎞ 정도 날아갔고, 낙하한 곳은 북한의 동쪽 해안 부근이며,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보다 103분 늦은 11시 23분에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북한이 IRBM을 쐈을 때도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4분 뒤 최초 대응 지시를 내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NSC 소집은 93분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용납될 수 없는 긴장 행위”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도발’ 표현을 7회 썼다. 민주당 국방위원들도 “북한의 반복된 미사일 도발과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규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국제적 긴장을 아랑곳하지 않고 새해 8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동맹 강화보다 북한에만 집중하는 현 정권의 무능에 국민들은 불안해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도대체 올 들어 몇 번째 미사일이냐”며 “사드를 보강하자는 후보와 입으로 종전 선언만 되뇌는 후보 중 누구를 고르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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