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원장이 21일 화상으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김명성 기자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원장이 21일 화상으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김명성 기자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주변 정치인들이 정책을 만들어 사회에 던졌다 실패하는 과정이 반복돼왔습니다. 이제는 정치인은 사회와 소통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역할만 맡고, 필요한 정책은 전문가 그룹이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초대원장을 맡은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새로 출범한 국가미래전략원이 연구의 독립성과 복합적 난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기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복잡한 정책 이슈를 전문성 없는 정치인들이 한방에 해결하겠다고 나서면 실패할 수 밖에 없고 한국 사회는 계속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다 그런 경우”라고도 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서울대가 국가 발전을 위한 장기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신설한 싱크탱크다. 2019년 출범한 본부 산하의 기존 국가전략위원회와 달리 독립적인 상설 조직으로 운영된다. 김병연 교수가 초대원장을 맡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명예원장으로 위촉됐다.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의 기부로 지난해 준공된 서울대 우석경제관 4층에 입주한 국가미래전략원은 오는 24일 개원식을 갖는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정치인은 국민을 설득하고 필요한 정책은 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2019년 김 교수의 모습. 이번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했다. /이진한 기자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정치인은 국민을 설득하고 필요한 정책은 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2019년 김 교수의 모습. 이번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했다. /이진한 기자

김 원장은 “정치인들과 달리 전문가들은 이슈가 생기면 정책의 파급 효과 등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조정해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국가미래전략원 설립 배경에는 이런 문제 의식이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서울대 안팎에서 ‘서울대의 사회적 기여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대가 컸다고 한다. 그는 국가미래전략원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서 내가 일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도 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외교·안보·경제·사이버·과학기술 분야를 융합한 5개의 주제를 선정해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세계 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미래의 융복합적인 문제해결 △저출산 고령화 문제 △민주주의 위기 극복 △감염병 위기 대처 △과학기술의 미래연구 등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사회주의 체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주의 및 체제 이행을 연구해온 김 원장은 손꼽히는 북한 경제 전문가다. 2006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을 맡았고, 2020년부터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통일과나눔재단 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통일의식조사, 남북통합지수, 북한이탈주민 조사 등 북한경제 및 통일문제와 관련된 학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원장은 “통일평화 문제는 우리 국가의 주요 과제이기에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을 제안하겠다”며 “통일평화연구원이 중견기업이라면 국가미래전략원은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둘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인데, 인구 문제는 터질 게 분명한 다이너마이트라는 말이 있다”며 “저출산 문제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다루면 답이 나오지 않기에 문화·인류학·철학적 관점에서 융·복합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가 민주주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치제도도 필요하지만 개인이 민주주의를 잘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민교육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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