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삼지연시에서 열린 김정일 80회 생일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삼지연시에서 열린 김정일 80회 생일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이러쿵저러쿵 구실을 붙이면서 당중앙의 지시를 흥정하거나 조금이라도 어기는 사람은 일꾼은 고사하고 조선노동당원의 자격마저 상실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이날 ‘당의 지시는 흥정할 권리가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중앙의 지시, 이는 곧 법이며 지상의 명령”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당중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노동신문의 보도는 김정은의 지시를 놓고 노동당 간부들 사이에 거역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행을 주저하는 풍조가 있음을 시사한다. 신문은 이런 풍조를 거론하며 “이런 일군은 언제 가도 패배주의, 보신주의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으며 형식주의, 요령주의, 무책임성, 나태와 안일·해이와 같은 잡사상, 잡귀신에서 해방될 수 없다”고 했다.

고위 탈북자 A씨는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을 능가하는 경제난에도 자력갱생만 되뇌고, 코로나 팬데믹 2년간 봉쇄 일변도의 방역 대책만 고집한 것을 두고 북한 내부의 불안과 동요가 상당하다는 얘기”라며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김정은 집권 10년차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열가지를 하고 싶어도 당에서 한가지를 하라고 하면 무조건 한가지를 하는 것을 습벽화, 체질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당중앙의 지시를 무조건 철저히 관철하지 않고 조건타발을 하면서 흥정하거나 중도반단(中途半斷)하는 것은 충성심이 부족하고 자유주의, 패배주의의 표현으로서 그런 당원은 조선노동당의 당원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 지시에 토를 달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내린 지시가 지휘계통을 거쳐 전달·이행되는 과정에서 그대로 관철되지 못하고 변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집권 후 10년간 숙청·처형을 일삼는 공포정치에 매달렸는데도 영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 의외”라고 했다.

노동신문은 “당중앙의 지시를 무조건 집행하는 당원이 충신”이라고 했다. 이어 간부들에게 “몸이 열조각, 백조각이 나도 당정책을 끝까지 관철하고야 말겠다는 결사관철의 정신”을 요구하며 “일꾼들은 자기의 모든 정력과 지식을 당의 결정과 지시를 철저히 관철하는 데 바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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