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시험발사되고 있는 북한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미사일은 8차례 발사 중 7차례나 실패했다.  잇딴 발사 실패는 미국의 사이버전 '발사의 왼편' 작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2016년 시험발사되고 있는 북한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미사일은 8차례 발사 중 7차례나 실패했다. 잇딴 발사 실패는 미국의 사이버전 '발사의 왼편' 작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올들어 극초음속 미사일 등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발사의 왼편’ (left of launch)’ 작전 등 사이버 전자전 전략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8차례 중 7차례나 실패한 북 무수단 미사일과 미국의 사이버전

지난 2016~2017년 북한이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지만 8차례 중 무려 7차례나 실패했는데요, 웬만하면 성공하는 북한 미사일 개발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무수단 미사일은 발사 직후 또는 발사 직전 폭발하는 등 다양한 실패를 경험했는데요, 그 의문이 2017년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조금은 풀렸습니다.

2017년3월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발사의 왼편’이라 불리는 사이버 교란 작전을 통해 북 미사일의 잇따른 실패를 초래했다고 보도했는데요, 모든 미사일은 발사 때 ‘준비→발사→상승→하강’의 단계를 거치는데 발사 단계보다 왼쪽에 있는 준비 단계에서 사이버 공격으로 시스템을 교란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2022년1월 시험발사돼 동해상 표적 점에 명중하는 KN-23 탄도미사일. KN-23 등 저고도 변칙기동을 하는 북 신형미사일의 등장으로 한미 미사일 방어망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2022년1월 시험발사돼 동해상 표적 점에 명중하는 KN-23 탄도미사일. KN-23 등 저고도 변칙기동을 하는 북 신형미사일의 등장으로 한미 미사일 방어망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이 프로그램은 2013년2월 북한의 핵실험 위력에 놀란 미 국방부가 개발을 시작했고, 오바마 행정부가 이듬해 북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 작전 개념을 택했다고 합니다. 당시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발사의 왼편’에 대해 악성 소프트웨어와 레이저 및 신호 교란 등을 의미하는 ‘사이버전과 에너지 및 전자 공격’이라고 소개했지요. ‘발사의 왼편’ 작전 이후 3년간 북한 미사일(무수단) 실패율은 88%에 달했다고 합니다.

◇ 전직 정보부대장, 북 핵.미사일 대응전략으로 사이버전자전 논문 발표

그런데 일각에선 이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놓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의 인터넷망은 매우 제한적이고 폐쇄적이어서 사이버전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이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 2006년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사실상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시도는 실패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북한이 지난 수년간 요격이 어려운 KN-23 등 저고도 변칙 비행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거나 개발중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요격을 통한 방어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선제타격도 현실적으로는 많은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이버전 및 전자전을 활용해 북한 핵탄두 미사일 발사 전에 무력화하는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지요.

2022년1월 북한이 '대성공'했다고 발표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TV
 
2022년1월 북한이 '대성공'했다고 발표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TV

마침 군 정보부대장을 지낸 송운수(학군 24기) 예비역 육군소장이 최근 ‘사이버전자전을 통한 네트워크마비 전략 수행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송 장군 논문에 따르면 북한 등 모든 핵·미사일 시스템은 인터넷망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 아니라 폐쇄망 또는 독립망으로 돼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격은 사이버 공간뿐 아니라 무선 공간, 전자기 스펙트럼 공간에서의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이버전과 전자전이 통합된 사이버전자전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지요.

◇ “북 핵.미사일 체계 무력화 위해선 사이버전과 전자전 통합 접근 필요”

사이버전자전은 비물리적 비살상 능력으로 유사시 북한의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수 있는 ‘소프트 킬’(Soft-kill) 작전개념인데요. 송 장군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첫째는 자위권에 의한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누가 공격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전·평시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북한 핵·미사일을 마비시킬 수 있는 상쇄전력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셋째로는 사이버는 물론 무선 공간에서도 적 네트워크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를 포함해 모든 작전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그는 사이버전자전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비살상적인 ‘소프트 킬’ 군사전략 고려, 현재 분리돼 있는 사이버전과 전자전을 통합하는 조직 또는 병과 창설,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부 차원의 핵심기술 본격 연구, 사이버전자전에서 앞서 가고 있는 미군과의 협력 강화 등 세부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 고체 ICBM 등 5대 핵심 전략무기 향해 질주하는 북한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다양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책을 제시했습니다만, 아직까지 ‘발사의 왼편’ 작전 등 사이버전자전을 활용한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고체연료·다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이른바 ‘5대 핵심 전략무기’를 향해 계속 질주할텐데요, 가성비 뛰어난 새로운 패러다임 대응책의 하나로 사이버전자전 전략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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