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연쇄 도발을 규탄하는 미국 주도의 공동성명에 또 불참했다. 올해 들어서 3번째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 정부의 대북 문제 인식이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의 ‘사회주의 형제국’인 베트남·라오스와 전통적 우방 캄보디아는 아세안 차원의 북한 미사일 비판 성명에 동참했다.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8국과 비이사국인 일본은 지난 4일(뉴욕 현지 시각)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성명을 공동 발표했다. 미·중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압박책 도출이 무산되자 미국이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을 규합해 회견을 연 것이다. 이 자리에 한국은 없었다.

북한은 올해 들어 7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 11발을 쐈고, 이에 대응해 미국은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을 3차례 요청했다. 북한의 ‘뒷배’인 중국·러시아가 추가 제재 논의를 막는 바람에 회의는 모두 ‘빈손’으로 끝났고 이때마다 미국이 주도한 대북 규탄 성명이 발표됐다. 1차(1월 10일) 때는 6국, 2차 때는(1월 20일) 8국, 이번엔 9국이 동참했다.

일본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면서도 3차례 모두 함께했다.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심각하게 여긴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올해 북한이 쏜 미사일 대부분이 한국을 겨냥한 것인데 정작 한국은 북한 규탄에 소극적”이라며 “미국이 아니라 중국·러시아에 동조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과 한반도 정세,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며 “정부가 이미 발표한 규탄 입장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 아세안 10국 외교장관은 지난 4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모든 관련 결의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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