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오전 8시쯤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 25일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쏜 지 이틀 만으로, 올해 들어 여섯 번째 무력 시위다.
최근 6차례에 걸쳐 발사한 미사일 10발의 사거리는 190~1000㎞로 모두 대남 타격용인데도 한국이 크게 반발하지 않고, 미국 주도의 추가 제재 시도가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되자 거리낌 없이 도발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는 이날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도발’ ‘안보리 결의 위반’ ‘규탄’ 등의 표현 없이 “매우 유감”이라고만 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5분 간격으로 발사된 미사일 2발의 비행거리는 약 190㎞, 고도는 20㎞ 정도였다. 최고 속도 마하 4~5(음속의 4~5배)로 비행해 북한이 해상 표적으로 설정한 무인도 ‘알섬’을 타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특성을 종합하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개량형 또는 초대형 방사포(KN-25)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평양에서 쏘면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를, 황해도에서 쏘면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의 잇따른 무력 시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을 이행하는 차원이지만, 극심한 경제난에 따른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며 미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부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미국의 반응을 살피며 후속 도발의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20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기조의 철회를 시사했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날 “(북한이) 대한민국 내정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생긴다”며 “강력한 유감과 규탄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를 향해 “대화를 강조한다고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원칙적이고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