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 벽두부터 신원 미상자가 동부 전선 철책을 뚫고 월북했다. 사진은 월북자가 나온 22사단 관할 철책. /조선일보 DB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신원 미상자가 동부 전선 철책을 뚫고 월북했다. 사진은 월북자가 나온 22사단 관할 철책. /조선일보 DB

1일 신원 미상자가 강원도 최전방 GOP(일반 전초)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새해 벽두부터 군 경계가 뚫렸다. 철조망 감시 센서와 CCTV가 오후 6시 40분 경보를 울렸지만 초동 조치 병력은 ‘이상 없다’고 보고하고 철수했다. 군은 3시간 뒤에야 DMZ(비무장지대)에서 감시 장비로 월북자를 포착하고 ‘이상’을 인지했다. 그제야 CCTV를 돌려보니 철책 넘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초보적 경계 임무조차 실패한 것이다.

월북자는 2018년 남북 군사 합의에 따라 껍데기만 남은 ‘보존 GP(전방 초소)’ 인근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남북은 DMZ 내 GP를 서로 11개씩 철수하면서 건물만 남겨놓기로 했었다. 당시 군은 병력을 빼도 과학화 감시 장비 등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헛말’이었다.

지난 5년간 어이없는 경계 실패가 잇따랐다. 작년 2월 북한 남성이 동해안을 걸어 내려오는 동안 전방 감시 장비가 2번이나 울렸는데도 군은 무시했다. 2020년 11월 탈북민이 강원도 철책을 넘었을 때는 ‘멧돼지 한 마리도 못 넘어온다’고 자랑하던 감시 센서가 먹통이었다. 그해 7월 월북자가 한강을 넘었을 때는 군 감시 장비가 7번이나 포착했지만 북 발표 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2019년엔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노크 귀순’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금 우리 군의 ‘경계’는 허울뿐이다.

후방은 더 심각하다. 진해 해군기지는 치매 노인에게, 수도방위사령부 방공 진지는 취객에게 뚫렸다. 제주 해군기지는 철조망을 끊고 들어간 시위대의 놀이터가 됐다. 평택 탄약고 부대는 거동 수상자가 달아나자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은폐·조작하기까지 했다. 군은 경계 실패 때마다 “반성” “책임 통감”이라며 “대책 마련” 약속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지만 5년간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기본 중의 기본인 경계조차 실패하는데 여당 대선 후보는 전시작전권을 “그냥 환수하면 되지”라고 했다. 이런 군대가 핵폭탄을 가진 북한과 전면 전쟁 때 미군을 지휘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끝까지 ‘종전 선언’에 매달리는데 김정은은 1일 어떤 대남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3월 대선이 끝나면 군 복무 기간과 병력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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