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평양에서 한 여성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AFP 연합뉴스
 
28일(현지 시각) 평양에서 한 여성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AFP 연합뉴스

 

북한 여성들이 가장인 남성들보다 수입이 더 높고, 실질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판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많은 북한 가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급여를 더 많이 벌고 있다.

북한 정권은 남성들에게 국가를 위해 일하도록 강요하면서 급여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때문에 남성보다 시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자유로운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으며, 여성들이 경제적인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탈북 여성은 장마당에 한국 드라마 비디오 테이프를 판매하는 등 불법적인 일을 한 뒤 저녁에는 집안일을 하고 딸을 돌보는 일을 도맡았다. 그의 남편은 정부가 지정한 공장에서 하루 몇 시간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도박과 음주로 보냈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집안일을 도왔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이코노미스트에 말했다.

여성이 벌어오는 돈으로 가족 전체가 먹고살지만 가족 생활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는 여전하다. 북한인권데이터베이스센터(NKDB)가 탈북 남녀들에게 결혼생활에 대해 설문한 결과 남녀 모두 육아와 가사 모두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15년 탈북한 한 30대 여성은 “여자가 아이를 돌봐야 하고 남편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은 부자연스럽다”며 “여성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문제는 남성들에게 많은 급여를 주지 않는 시스템에 있다”고 했다.

또 많은 남편들은 여성들이 가족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와 상관없이 존경과 순종을 강요하기 때문에, 여성이 집안일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족 중대사 결정에 발언권을 요구하면 갈등이 생긴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바라기’라는 말이 대표적이라며, 집에서 아내만을 기다리고 앉아있는 쓸모없는 남편을 모욕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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