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북도 박천 우라늄 농축 시험공장의 2002년 위성사진.
 
북한 평안북도 박천 우라늄 농축 시험공장의 2002년 위성사진.

2002년부터 19년간 방치돼온 북한 평안북도 박천 우라늄 공장이 재가동되는 정황이 파악됐다. 박천은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폐쇄를 요구한 5개 북한 핵시설 중 하나다. 최근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 이어 박천 공장까지 재가동 정황이 나타나면서 북한이 핵 전력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1월 당 8차 대회에서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와 ‘전술핵무기’ 개발을 지시한 바 있다.

27일 미국의 북한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 제이컵 보글은 자신의 블로그 ‘액세스 DPRK’를 통해 2012년 3월과 2019년 2월, 올해 9월 박천 공장 일대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대조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정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천은 우라늄 광산과 북한 최초의 우라늄 정련 시설이 있는 곳으로 2002년 이후 가동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찍힌 사진에는 화력발전소가 선명하게 확인되지만 2019년 10월 사진에는 발전소가 기초까지 철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뼈대만 남고 철거됐던 공장 내 석탄 화력발전소가 2021년 9월 사진에선 완전히 재건됐고, 파손됐던 옐로케이크(우라늄 정광) 생산 공장 건물의 지붕도 보수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글은 “우라늄 광산의 채굴 활동은 지속되고 있다”며 “채굴한 우라늄을 박천 시설에서 정련하는지 평산으로 운송하는지 알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박천 시설을 재가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과거 북한은 박천과 황해북도 평산 등 최소 2곳의 우라늄 정련 시설에서 옐로케이크를 생산한 뒤 영변으로 수송해 핵무기 제조에 쓰는 고농축우라늄(HEU)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02년 이후 관련 작업을 평산으로 단일화했다. 이 때문에 최근 박천에서의 움직임은 북한이 올해 들어 우라늄 정광 생산 작업을 확대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변 원자로가 7월부터 재가동되고 우라늄 농축 공장들이 활발히 돌아가는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