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직후 상당수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의 어린 나이(20대 후반)와 일천한 정치 경험을 들어 집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김정은은 ‘피의 숙청’을 택했다. 2인자인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하고, 암살조를 보내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했다. 김정은 집권 후 처형된 당·정·군 고위 인사는 2016년 말까지 파악된 것만 140여 명에 달한다.

2013년 12월 13일자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 양 손을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잡힌 채 법정에 서 있다. /노동신문
 
2013년 12월 13일자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 양 손을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잡힌 채 법정에 서 있다. /노동신문

국가정보원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처형된 30여 명, 2014년 처형된 40여 명은 대부분 장성택 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들이었다. 당 행정부의 리룡하 제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공포정치는 2015년에 정점을 찍었다. 김정은에게 이견을 제시했단 이유로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이 연초 처형된 것을 시작으로, 4월엔 회의에서 졸았단 이유로 국방장관 격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공개 총살했다. 최영건 내각 부총리는 김정은이 추진하던 산림 녹화 정책에서 불만을 표시했단 이유로 처형(5월)됐다. 정보 당국은 2015년 한 해에만 60여 명이 처형된 것으로 파악했다. 졸음, 자세 불량, 건성건성 박수 등 죄명은 붙이기 나름이었다.

김정은 집권 기간 처형된 고위 인사
 
김정은 집권 기간 처형된 고위 인사

이 과정에서 김정은 집권 초기 후견 세력으로 주목받은 ‘김정일 운구 7인방’은 대부분 숙청되거나 2선 후퇴했다. 2013년 김정은과 함께 삼지연에서 장성택 숙청을 논의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태성 당 선전선동비서 등 ‘삼지연 8인방’도 대부분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권력 장악을 위해 중용하다가도 어느 순간 웃자랐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제거하는 패턴이 되풀이됐다.

김정은의 숙청·처형 소식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빈도가 확 줄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현 정부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라며 “내부적으로 파악한 처형 규모는 10년간 700명 정도”라고 했다.

올해 들어서도 김정은은 공개 석상에서 관료들에게 역정을 내거나 간부들을 즉석 경질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당 경제부장으로 발탁된 김두일이 한 달 뒤 열린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공개 비판을 받고 전격 경질된 게 대표적이다.

현재 권력 실세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김정은 주변에서 문고리 권력을 행사하는 측근들이다.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큰 부침 없이 위상을 유지하는 인물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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