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찰총국 대좌 출신 탈북민이 BBC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북파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BBC 캡처
 
북 정찰총국 대좌 출신 탈북민이 BBC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북파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BBC 캡처

1990년대 초 북한 간첩이 유사시 ‘독가스 살포 임무’를 부여받고 청와대 냉난방 기술자로 근무하다 평양으로 복귀했다는 주장이 13일 제기됐다. 북한 정찰총국 대좌(대령) 출신 탈북민 김국성(가명)씨는 최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0월 영국 BBC 인터뷰에서 ‘간첩 청와대 근무’ 내용을 처음 주장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자 국내 언론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김씨는 “국정원이 발뺌하는 걸 충분히 이해하지만 북한 공작원의 청와대 근무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명수’라는 이름의 이 사람은 1976년 한국으로 직파된 첫 부부 공작조 중 한 짝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1994년 북으로 복귀했다”며 “이후 정찰총국에서 일했다”고 했다.

그는 “BBC 인터뷰 때 북한 공작원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고 말하니까 다들 넥타이 매고 일하는 비서관이나 행정관만을 생각하더라”면서 “박명수는 기술 업종, 그중에서도 공기 조화 계통을 담당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냉난방을 담당하는 공조 기술자는 건물 구조를 다 꿰고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북한이 청와대를 속속들이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그는 “유사시 공조 시스템을 통해 독가스 살포 같은 테러를 벌일 수도 있었다”고도 했다. 김씨에 따르면 박명수는 평양 귀환 후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1968년 북한 무장 공비들이 청와대 기습을 위해 내려왔을 때 이들에게 청와대 약도를 건넨 것이 당시 박종규 경호실장의 비서로 있던 북한 간첩 김옥화였다”면서 “90년대에도 이런 일이 충분히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천안함 폭침’ 도발과 관련해선 “천안함 사건이 터진 지 두 달이 지난 2010년 5월 평양 만경대구역 특각에서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과 만났다”며 “그때 김영철이 ‘대장 동지 지시로 천안함 작전이 대성공했다. 대장 동지 결단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당시 ‘대장 동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붙이던 칭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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