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북한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KN-23 개량형 탄도미사일은 탄두 부위가 커져 핵 장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DB
 
올해 1월 북한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KN-23 개량형 탄도미사일은 탄두 부위가 커져 핵 장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DB

정부가 ‘김정은 사망설’ 같은 북한 관련 가짜 뉴스를 직접 가려내도록 하는 사업에 예산 2억원이 처음 편성됐다. 이 모니터링 예산은 통일부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민주당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끼워 넣은 것이라고 한다. 통일부는 이제서야 “가짜 뉴스 판별 기준, 방식 등을 전문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여태 생각도 안 해본 사업이란 뜻이다.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 정보 특성상 진위 판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확인해줄 기관은 국정원뿐인데 그 과정에서 정보 출처가 노출될 수 있다. 그나마 틀릴 때도 적지 않다. 전 세계 누구도 북한 관련 정보는 확신하기 어렵다. 북한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과 지옥도는 김정은도 일일이 모를 것이다. 무슨 수로 진위를 가려내나. ‘김여정 쿠데타설’ 같은 가짜 뉴스는 곧 밝혀지고 공론의 장에서 퇴출되기 마련이다. 자율 정화된다. 그런데도 여당이 ‘북 가짜 뉴스’를 잡겠다는 것은 김정은 남매가 싫어할 만한 뉴스를 한국에서 차단해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미 김여정 한 마디에 ‘대북 전단 금지법’까지 만들었고 ‘도발’이라는 말도 못 쓰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 내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했다. 미국에 보증까지 섰다. 그런데 김정은은 올 초 당 대회에서 ‘핵’을 36번 강조하며 전술핵과 핵 추진 잠수함 개발도 선언했다. ‘비핵화 의지’는 명백한 가짜 뉴스였다. 2019년 문 대통령이 “남북 간에 다양한 경로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자마자 북 외무성 국장은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제재를 받는 북 경제가 “오히려 좋아졌다”고 했던 사람을 통일장관에 기용하기도 했다. 북 관련 가짜 뉴스를 퍼뜨린 건 주로 정부와 여권 인사들이었다.

지금 가려내야 할 ‘북 가짜 뉴스’는 따로 있다. 한국사 교과서는 북 정권의 3대 세습은 언급하지 않고 정통성이 북에 있는 것처럼 기술해놓았다. ‘천안함 음모론’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북 주민을 노예로 삼은 김정은에 대한 칭송과 북 찬양이 서울 한복판에서 횡행했다. 문 정부 전 국방장관은 “김정은이 자유민주 사상에 접근한 상태”라는 말까지 했다. ‘김정은 사망설’보다 더 심각한 가짜 뉴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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