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서울 도봉구에서 평생을 민주주의에 헌신한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기리는 '김근태기념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2021.12.4/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서울 도봉구에서 평생을 민주주의에 헌신한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기리는 '김근태기념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2021.12.4/연합뉴스

정부가 ‘김정은 사망설(說)’ 같은 북한 관련 가짜 뉴스·왜곡을 가려내겠다며 관련 모니터링 사업 예산을 처음으로 편성한 것으로 6일 나타났다. 이 예산은 통일부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신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짜 뉴스’ 판별 기준이 모호하고, 북한 정보 특성상 진위 확인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막으려 가짜 뉴스를 명분으로 들고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도 통일부 예산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총 1조5023억원으로 의결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에는 없던 ‘가짜 뉴스 모니터링 사업’ 2억원이 추가됐다. 당초 통일부는 ‘뉴미디어 소통 강화’ 예산 2억 3600만원을 요청했는데, 국회에서 북한 관련 가짜 뉴스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증액했다는 것이다. 여당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경협 의원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김정은 사망설이 돌기 시작해 올해는 ‘김여정 쿠데타설’까지 등장하는 등 북한 관련 가짜 뉴스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한다. 통일부는 “부에서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성을 공감하기 때문에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니터링 대상이나 정보 판별 기준,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전문성을 갖춘 기관들과 충분히 협의하며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쇄적인 북한 체제의 특성상 국가기관도 파악이 어려울 만큼 주요 정보 접근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짜 뉴스를 가려낼지 기준이 모호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 정보는 사실로 밝혀지기까지 시일이 상당 기간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직 안보 부서 관계자는 “민간 기관은 정보가 없어 가짜 뉴스를 판별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북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국정원이 정보 출처 노출을 감수하고 이 역할을 하겠냐”고 했다.

정부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 없이 미확인 소문을 퍼뜨리는 일부 유튜버가 우선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의 통상적인 보도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가짜 뉴스를 명분 삼아 정상적인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 등 북한 정권이 불편해하는 보도 역시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짜 뉴스’로 규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정부·여당이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리는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이어 또다시 ‘북한 ‘대변인’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외신 보도 등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처 방법도 없어 사실상 국내 언론들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 사망, 김여정 쿠테타설 등 대형 오보들은 외신발로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짜 뉴스 판별에 대한 공정하고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사업이 강행될 경우 정부 정책 홍보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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