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 찍힌 후, 김여정 두문불출 -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11일 평양 3대 혁명 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를 관람할 때 여동생 김여정이 뒤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김여정은 이날 행사 후 54일간(5일 기준)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이 장면 찍힌 후, 김여정 두문불출 -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11일 평양 3대 혁명 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를 관람할 때 여동생 김여정이 뒤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김여정은 이날 행사 후 54일간(5일 기준)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54일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부부장 행방을 꾸준히 추적해온 정보 당국에도 최근 그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코로나 방역 때문에 대외 활동을 줄인 것 같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최근 시작된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김여정이 핵심 역할을 하면서 외부 활동을 일부러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여정은 지난 10월 11일 노동당 창건 73주년 기념일에 평양에서 열린 ‘자위2021 국방발전전람회’에 참석한 모습이 이튿날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이후 5일까지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날 “김여정은 코로나 발생 이후에도 올해 상반기까지 공개 일정뿐 아니라 평양과 지방을 오가며 비공개 활동을 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지만, 최근 54일간은 동향이 전혀 포착되지 않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지난달 16일 김정은의 삼지연시 시찰 때도 동행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지난 1일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열린 당 제8기 5차 정치국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사이 미국 등 해외 매체에선 ‘김여정 지도자설’ ‘김정은 대역론’ 등이 제기됐다. 김여정이 김정은을 대신해 정권 최고 실력자가 됐다는 주장들이었다. 하지만 북한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김여정 신변에 변화가 생겼거나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김여정은 작년에도 66일간 잠적했다가 다시 나타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여정이 다시 등장할 경우 오는 17일 김정일 사망 10주기나 연말에 열리는 노동당 전원회의가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은 “김여정이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면서 외부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깜짝 등장으로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김여정은 새로운 행사를 준비하거나 향후 대미·대남 전략 구상 차원에서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조용히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담화나 성명을 먼저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하려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세웠는데, 북한이 김여정 명의로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나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 연합 작계(작전계획)에 대해 ‘북한 수뇌부 참수 작전’이라고 발끈해왔는데 이를 능가·보완하는 한미 전략기획지침이 나왔기 때문에 조만간 김여정의 담화나 김정은의 발언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여정의 잠행이 집권 10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서 선전선동부가 핵심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달 특별 서한에서 사상·기술·문화 등 ‘3대 혁명’을 언급하며 당에 대한 충성과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에 대한 지도를 개선하는 데서 당 선전선동부의 임무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후 김여정이 대남·대외 정책뿐 아니라 북한 내부 정치 활동도 깊이 관여하면서 김정은 우상화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김정은을 ‘수령’으로 호칭하고 ‘김일성·김정일’ 반열에 세우는 것 등이 김여정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주의’를 추진하는 핵심 부서로 선전선동부에 드라이브가 걸려 있다”며 “특히 2022년은 1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주요 정치 행사가 몰려 있어 ‘선전선동부의 해’라고 불릴 만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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