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가정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시청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서울의 한 가정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시청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평양 부자와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앞서 북한 매체는 오징어게임을 두고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여러 소식통의 말을 빌려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오징어게임이 돈주(신흥부자)와 밀수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주민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환전상을 하는 동생 집에 갔다가 오징어게임을 보고 왔다”며 “요즘 평양의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은 오징어게임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본 평양의 돈주들은 드라마 내용이 외화벌이 시장에서 암투를 벌이며 생사를 다투는 평양 간부층의 생활과 흡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드라마 내용에서 큰돈을 벌겠다고 목숨을 내걸고 게임에 참여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돈이 너무 많으면 언제든지 처형당할 수 있는 북한의 현실을 알면서도 돈벌이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돈주들의 처지와 같다며 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드라마는 최근 들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해상 밀무역을 통해 USB나 SD카드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평양의 부자들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밤새 이불 속에서 오징어게임을 시청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평안북도의 소식통 역시 “주로 밀수꾼들과 젊은이들이 오징어게임을 시청하고 있다”며 “빚더미에 몰린 수많은 사람이 거액의 상금을 놓고 서로 죽음으로 몰고 가는 드라마 내용이 국경 경비가 살벌한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밀수에 나서는 자신들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드라마 내용에 심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자본주의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보관·유포한 자는 최고 사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 탓에 사법기관 간부들도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한국 드라마를 보다 발각이 되어도 달러를 주면 무마해주는 상황이라고 한다. RFA는 “오징어게임 시청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패륜패덕이 일상화된 남조선 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 오징어게임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며 “극단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된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체는 “인간을 극단적 경쟁으로 내몰고 그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야수화된 남조선 사회”라며 드라마의 세계적 인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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