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이 지난 12일(현지시각) 금강산 관광 지구에 위치한 해금강 호텔에 대해 "한때 화려한 과거를 지닌 호텔이 북한 항구에서 녹슬어 간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 CNN이 지난 12일(현지시각) 금강산 관광 지구에 위치한 해금강 호텔에 대해 "한때 화려한 과거를 지닌 호텔이 북한 항구에서 녹슬어 간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 CNN이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내 있는 해금강호텔의 기구한 사연을 조명했다. 화려한 과거를 가졌지만 지금은 철거 예정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놓인 녹슨 선박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북한에서 녹슬고 있는 해상 호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때 호주의 산호초 위에 세워진 5성급 리조트였지만 현재는 비무장지대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북한의 항구에서 허물어져 간다”고 했다.

해금강호텔은 호주의 한 기업가가 당시 4500만달러(현재 가치 1억달러 이상)를 들여 지은 해상호텔이다. 싱가포르에서 건조된 이 호텔은 호주 타운즈빌로 수송돼 ‘포 시즌스 배리어 리프’ 라는 이름으로 1988년 3월 개장했다. 객실은 176개였으며 350명을 수용했다. 나이트클럽, 식당, 연구소, 도서관, 테니스코트 등을 갖춘 5성급 리조트였다.

이 호텔에 가려면 2시간여 동안 배를 타거나 헬리콥터를 이용해야 했는데, 악천후에는 이 같은 교통수단을 운행할 수 없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등 험궂은 날씨에는 투숙객들이 멀미를 했다. 호텔 인근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의 탄약 투하장마저 발견되자 손님이 줄었다. 결국 운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호텔은 문을 닫았다.

호텔은 베트남 호찌민시 사이공 강에서 재개장했고 10년 동안 운영됐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재정난을 겪으며 1998년 폐업했고, 결국 북한으로 옮겨 갔다. CNN은 “호텔이 철거되는 대신 예상 밖의 터전을 발견했는데 북한이었다”며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호텔을) 매입했다”고 했다.

북한 고성항 근처에 자리 잡은 해금강 호텔은 2000년 10월 문을 열었다. 현대 아산이 호텔 운영을 책임졌다. CNN은 현대아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년간 2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았다”며 “금강산 관광은 남북 화해를 돕고 남북 교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08년 관광객 박왕자(53)씨가 경비병에게 사살당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해금강호텔은 또다시 문을 닫아야 했다.

CNN은 “이 사건 이후로 호텔이 계속 운영되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 노동당원들만 이 호텔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글맵에선 항구에서 녹슬어 가는 호텔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 지구를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철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철거 계획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보류된 상태다. CNN은 “세계 최초 수상호텔의 1만 마일의 여정이 종착역에서 비극으로 끝났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