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내려와 지난 1955년 처음 쓴 소설 제목이 탈향(탈향)이었는데, 이제 귀향(귀향)을 주제로 소설을 쓸 생각입니다. ”

대한적십자사 전문위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여동생 영덕(58)씨를 만나고 18일 귀환한 소설가 이호철(이호철·68·경원대 국문과 초빙교수)씨는 작가다운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북한에 간 것은 민족의 화해, 협력, 통일을 위해 문학분야에서 기여하기 위해서였어요. 이제 내 문학은 ‘탈향’에서 ‘귀향’으로 바뀔겁니다. ”

이씨는 이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18세 때 헤어진 동생을 50년 만에 만나고 돌아왔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은 듯했다. 그는 “여동생을 만난 느낌이 너무도 충격적이기에, 아직까지도 정신이 몽롱하다. 꿈인가, 생시인가…. 또 헤어지고 나니, 인생살이가 다 그런가 하는 허망한 생각이 든다”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지난 1998년 북한을 방문했으나 여동생의 소식만 들었을 뿐 미처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던 그는 “여동생이 생각했던 것보다 늙지도 않고, 단단하게 열심히 살아와 대견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여동생이 입버릇처럼 ‘우리는 장군님 배려하에 잘 사니까 오빠는 앞으로 통일에 모든 힘을 쏟으라’고 수없이 강조해 내가 ‘알겠다, 알겠다’고 말했다. (그 사정을)내가 이해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북한이 아직 문을 확 열기는 힘들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통일을 말하기 전에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남북이 더 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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