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바라본 평양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
 
하늘에서 바라본 평양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4억원대 외부 용역을 통해 ‘남북연계관광 기반조성 연구’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계획 수립’ 이란 이름의 연구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보고서에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북한개발협력은행을 설립하라” “미주 노선 없는 이스타항공을 이용하라” “외국 국적 여행사를 활용하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됐다. 제재 위반 우회 경로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국제 범죄조직이나 시리아·쿠바 등과 같은 나라여서, 관광공사가 이 같은 결과의 연구 용역 보고서를 의뢰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관광공사가 대북 관광 사업 추진 목적으로 2019년 11월과 올 3월 4억원을 들여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컨설팅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용역 보고서들에는 대북 제재 위반을 피해 대북 사업을 벌일 방안들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 /연합뉴스

배현진 의원실이 제출받은 용역 보고서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계획 수립’에서는 대북 사업 예산 조달 방법으로 북한개발협력은행 설립을 제안한다.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출자와 주요국 ODA 및 해외 차관으로 자본을 구성해 북한개발협력은행을 설립하고, 이와 함께 페이퍼컴퍼니도 세워 자금 통로로 활용해 북한 측과 거래를 하면 된다는 방안이다.

보고서는 또 대북 제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스타 항공을 이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동북아, 동남아, 러시아 해외노선만 운행해 미국 대북 제재를 적용 받지 않는다는 설명도 했다.

관광공사가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연구 보고서 ‘남북연계관광 기반조성 연구’에는 “남한 (혹은 해외) 여행사가 관광객으로부터 북한 여행사에 대한 관광서비스 대가를 일괄적으로 수취하여 북한 여행사에 제공할 경우 유엔 및 미국의 대북제재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량현금의 이전’ 이슈가 대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광객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관광과 관련된 대금을 북한측에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이어 “남북연계관광의 경우 남한 여행사가 단순 모객행위만을 하고, 해외 여행사가 북한 관광 제반 과정을 책임 지는 관광 상품 구조를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이 과정에서 남한 여행사의 모객행위와 관련하여 어떠한 수수료도 해외 여행사 또는 북한 여행사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대북제재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북한이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는 신형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며 도발을 하고 있다”며 “특히 대북 제재는 국제사회의 약속이자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한국은 다른 국가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설득하고 모범을 보여야지, 제재 우회 경로를 통해 대북 사업을 벌일 방안에 골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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