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5일 열차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상공으로 올라가고 있다.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 매체는 “미사일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5일 열차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상공으로 올라가고 있다.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 매체는 “미사일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5일 동해상으로 쏜 탄도미사일 2발은 열차에서 발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도 창설한 것으로 나타나 도로 중심으로 북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기존 한·미 미사일 감시·타격 체계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는 15일 새벽 중부산악 지대로 기동해 800㎞ 계선의 표적 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며 “철도미사일 체계 운영 규범과 행동 순차에 따라 신속 기동 및 전개를 끝내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북한의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는 올해 조직된 것으로 북한이 이 부대의 훈련을 공개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은 이날 그동안 여러 차례 시험 발사했던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되면서 화염과 연기가 열차와 그 주위를 휩싸는 모습의 사진들도 공개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철도기동 미사일 체계는 평상시 열차 격납고에 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정차한 뒤 미사일을 쏘는 형태다. 4량의 기차로 이뤄졌는데, 열차 칸에 탄도미사일이 탑재된 발사대가 가로로 눕혀져 있다가 발사 장소에서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워 쏘는 방식이다.

북한이 철도미사일 기동연대를 조직한 뒤 검열사격훈련을 통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1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북한은 동해 800킬로미터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전했다./조선중앙TV 뉴시스
 
북한이 철도미사일 기동연대를 조직한 뒤 검열사격훈련을 통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1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북한은 동해 800킬로미터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전했다./조선중앙TV 뉴시스

지금까지 북한은 바퀴 또는 무한궤도(캐터필러)를 사용하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개발해 운용해왔다.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바퀴가 18개, 지난해 10월 열병식에 첫 등장한 ‘괴물 ICBM’(가칭 화성-16형)의 경우 바퀴가 22개나 달린 대형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있다. 도로 사정이 열악한 북한 실정을 감안하면 이들 ICBM이 움직일 수 있는 도로는 한정돼 있다.

반면 북한 전역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철도망을 활용하면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훨씬 폭넓게 운용할 수 있다. 열차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쏘거나, 수많은 터널에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쏠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 중엔 터널 입구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도 있었다. 여객용 열차로 위장하면 유사시 한·미 양국군이 탐지하기도, 타격하기도 어렵다. 이날 미사일 발사를 지도한 박정천 당 비서도 “철도기동 미사일 체계는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 임무 수행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위협 세력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타격 수단”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KN-23 같은 단거리 미사일 외에 중거리 미사일과 ICBM도 열차에 실어 발사하는 시스템을 개발·배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CNN은 2017년 우크라이나 당국이 2011년에 미사일 기술을 훔치려던 북한 공작원들을 검거했는데 이들이 확보하려던 정보 중에는 열차에서 발사할 수 있는 RT-23 미사일 관련 정보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RT-23은 구소련 및 러시아가 배치했던 열차 이동식 고체연료 ICBM이다. 미 자유아시아방송은 2016년 북한이 원산에 있는 차량 종합기업소에서 RT-23과 비슷한 열차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에 따라 기존 도로 중심으로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움직임을 감시해온 한·미 감시·타격 체계의 전면적인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한·미 미사일 방어망의 요격을 회피하는 KN-23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신종 무기 3종 세트에 이어 사거리 1500㎞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미사일까지 속속 등장시키고 있다”며 “한·미 대응체계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 드는 북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