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한 담화에 대해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여정은 15일 문 대통령에 대해 “우몽하기 짝이 없다”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하라”고 했지만, 여권은 임기 말 남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최대한 북한 자극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김여정 담화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자주국방의 역량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게 됐다”며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여정이 즉각 담화를 내 유감을 표시하고 “북남 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특등 머저리’ ‘겁먹은 개’ 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문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실명은 언급하지 않고 ‘남조선 당국자’라고만 해왔다. 하지만 이날 김여정은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직접 지칭한 뒤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움)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침묵한 데 대해 야권에서는 “5년 내내 대북 굴종 자세를 보인 탓에 북한이 더 무모한 도발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가 말을 아낀 가운데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존중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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