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ADD(국방과학연구소)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략 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중국 등을 의식해 SLBM 개발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이날은 시험 현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고, SLBM 외에도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등 국산 ‘독침 무기’들을 이례적으로 대거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선 “대선을 앞두고 안보 감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시험 발사를 참관한 뒤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보다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우리 방위 산업 발전 및 수출 확대와 우주개발 촉진 등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자주국방의 역량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게 됐다”고 했다.

 

이날 충남 안흥시험장 앞 수중의 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된 SLBM은 400㎞ 남쪽 서남해상에 탄착(彈着)한 것으로 알려졌다. SLBM의 사정거리 등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대 사거리 500㎞인 현무-2B를 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산안창호함에는 SLBM 수직발사관 6기가 장착돼 있다.

SLBM은 수중의 잠수함에서 발사돼 적에게 탐지되지 않고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우리 SLBM은 비(非)핵탄두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국의 SLBM은 모두 핵탄두이고, 북한의 북극성 계열 SLBM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우리 SLBM에 대해선 ‘팥소 없는 찐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은 도산안창호함을 비롯, 국산 3000~4000t급(장보고-3급) 총 9척에 SLBM 총 78발을 장착할 계획이다.

이날 공개된 장거리 공대지(空對地) 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고위력 탄도미사일 등도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독침 무기’로 꼽힌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첫 국산 전투기 KF-21에서 발사돼 450~500㎞ 떨어진 목표물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공군이 유럽에서 도입한 타우러스 미사일과 비슷한 정확도(3m)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 중인 무기로 오는 2028년 개발이 완료된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함정, 지상에서 적 함정 등을 정밀 타격하는 무기다. 음속 3배가량의 초고속으로 비행해 요격이 어렵다는 게 강점이다. 최대 사거리가 300㎞ 이상이어서 중국 항모 전단 등 서해상의 모든 함정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개발이 끝나 일부는 이미 실전 배치 중이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15일 충남 안흥 시험장에서 국산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 SLBM은 400여㎞를 비행한 뒤 서남해상의 목표물에 탄착(彈着)됐다. /국방부
 
한국이 독자 개발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15일 충남 안흥 시험장에서 국산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 SLBM은 400여㎞를 비행한 뒤 서남해상의 목표물에 탄착(彈着)됐다. /국방부

일명 ‘현무-4’로 불리는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지난해 처음으로 시험 발사에 성공해 존재가 알려졌다. 올 들어 개발이 끝나 이날 문 대통령 보고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유사시 평양에 무게 4~5t 이상의 탄두를 날려 금수산태양궁전도 1발로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ADD는 지난 7월에는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연소 시험에도 성공했다.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 발사체 추진 기관 관련 기술 시험으로, 민간에 기술을 이전할 경우 우주 산업 발전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와 군 당국이 이날 공개한 신무기 중 일부는 개발이 끝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가깝게는 추석, 길게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현 정권이 신무기 개발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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