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북한이 탄두 중량을 늘린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3월 북한이 탄두 중량을 늘린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레이더 탐지가 어려운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까지 쏜 것이다. 이번 미사일은 고도 60㎞로 800㎞를 비행했다고 한다. 종전보다 200㎞ 더 날아간 것이다. 비행 거리에 비해 고도가 낮은 것은 요격 회피 용도로 봐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3일 ‘북한 우라늄 농축 시설의 재가동 징후가 있다’고 했다. 7월엔 플루토늄을 만드는 영변 원자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전부 핵무기 원료다.

김정은은 1월 노동당 대회에서 ‘핵’을 36차례 강조하며 “핵 무력 건설을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탄두 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 미사일과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도 공언했다. 북 순항미사일은 처음으로 1500㎞를 비행했다. 지난 3월 북 탄도미사일은 탄두 중량을 2.5t까지 늘렸다. 김정은 지시가 현실화한 것이다. 당시 김정은은 전술핵, 핵 추진 잠수함, 극초음속체 등도 공언했는데 이 무기들도 결국 우리 눈앞에 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술핵을 순항미사일이나 잠수함 등에 탑재하면 또 다른 현실적 위협이 된다. 한반도 안보 지형이 다시 한번 흔들릴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SLBM 시험발사장에서 “우리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 도발의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말했다. 폭발력이 10만t인 북핵을 1t짜리 재래식 미사일로 어떻게 억지하나. 북핵은 한미동맹과 대북 제재로 북이 핵을 포기하기 않으면 생존할 수 없게 될 때 해결된다. 그럼에도 통일장관은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해 북이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북이 핵 시설을 돌려도, 순항미사일을 쏴도 이 정부는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며 감싸기부터 했다. 오히려 대북 지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무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북 순항미사일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한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문 대통령이 아니라 안보실장이 주재했다. 북은 한·중 정권을 자기편으로 여길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아프간 사태 후폭풍과 중국 문제, 코로나 등으로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정은에겐 핵·미사일 능력을 끌어올릴 시간이다. 그러다 필요하면 관심을 끌기 위해 대형 도발을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왕이 부장에게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 자격을 정지시켰는데도 대선 직전 베이징에서 남북 이벤트를 벌일 생각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시켰나. 북은 핵과 미사일을 증강하고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탄으로 폭파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한국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들은 북한 주민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지경이다. 무슨 관계 개선인가.

북한이 도발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정부가 ‘별일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대선용 남북 이벤트가 물 건너갈까 우려하는 것이다. 남북 이벤트를 치적으로 내세워왔던 정권 입장이 흔들릴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과 안보에 대한 걱정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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