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2018년 평창에서 시작한 동북아 3국 릴레이 올림픽이 2022년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어 “동계올림픽의 직전 개최국으로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에 대해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내년 2월 개최 예정인 올림픽을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7월 도쿄올림픽에 불참하며 이 구상이 타격을 받았고, 대안으로 나온 게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제기됐다. 중국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고, 베이징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인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농적위대·사회안전군의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날 0시에 맞춰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소년단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현송월 당 부부장에게 넘겨주고 있다. 당 간부들이 김 위원장 뒤에 서서 손뼉을 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인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농적위대·사회안전군의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날 0시에 맞춰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소년단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현송월 당 부부장에게 넘겨주고 있다. 당 간부들이 김 위원장 뒤에 서서 손뼉을 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도쿄올림픽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내년 말까지 북한 올림픽위원회(NOC) 자격을 정지시키며 이 구상이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는데, 중국이 김정은을 초청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 부장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취재진과 만나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김정은 등 북한 고위급을 초청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중국은 주최국으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각국 지도자를 초청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를 원한다”면서 “현재는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그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기여를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대화재개 노력을 하면서 인도지원 등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하도록 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이 협력해달라고 했다. 왕 부장은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 발전을 언제나 지지하는 입장임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 관계발전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더 성숙한 한중관계의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이어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상대국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활발한 문화교류·협력이 필요하다”며 게임, 드라마, 영화 등 문화콘텐츠 분야의 교류·협력을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이에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인사를 전달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어 여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중한 양국은 친척처럼 자주 왕래해야 한다”며 공자가 말한 ‘삼십이립’(三十而立·30세에 뜻을 확고히 세운다)’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은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계획을 잘 세워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접견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접견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도 대화 주제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대기오염 문제는 양국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양국의 대기 질이 가시적으로 개선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한중 당국 간 소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다. 왕 부장은 “시 주석도 녹색, 지속가능 발전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최근 베이징의 공기 질도 좋아졌다”며 “한국과 환경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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