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최대 사거리 1500㎞에 달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힘에 따라 유사시 한·미·일 미사일 방어망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 한·미·일 미사일 방어망은 수십㎞ 이상 비교적 높은 고도까지 상승한 뒤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포복하듯 낮게 깔려 날아오는 북한의 순항미사일에 속수무책인 것이다.

 

한·미 연합군은 50~100m 이하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에 대한 탐지 및 요격 체계를 제대로 구축해 놓지 못했다. 북한은 이 점에 착안해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북한은 유사시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는 물론 주일미군 기지의 사드 레이다, 주일미군 해·공군 기지 등을 파괴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11~12일 2시간 넘게 순항미사일 비행 시험을 했는데도 한·미 정보 당국이 탐지에 사실상 실패한 것은 순항미사일이 기존 한·미 대북 감시망을 피해 낮게 비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섞어 쏠 경우 레이더망 파괴로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언 윌리엄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매우 다른 종류의 공중 위협”이라며 “북한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섞어 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순항 미사일로 (한국군의) 레이더를 무력화한 뒤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국은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며 “(미사일 탐지·추적 자산인) 레이더가 없으면 요격미사일도 무용지물이 된다”고 경고했다.

북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500㎞에 달해 일본 본토의 요코스카 미 7함대 기지, 사세보 해군기지는 물론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이들 주일미군 기지는 유사시 미 증원(增援) 전력이 출동하는 핵심 기지라 한반도 유사시 미군 개입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주일미군 기지들을 사정권에 두는 북극성-2형(최대 사거리 2500㎞) 등 탄도미사일에 이어 순항미사일까지 개발함에 따라 북한은 유사시 미군 개입을 막는 ‘북한판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핵탄두 장착 여부도 관심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 보고를 통해 “상용 탄두 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 전술로켓과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무기들을 연이어 개발함으로써 믿음직한 군사기술적 강세를 틀어쥐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중장거리(장거리) 순항미사일에도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500㎏ 이하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핵탄두 소형화가 상당 수준 진척돼야 핵탄두를 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과 비행하는 장면 등 2장의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우리가 개발·배치한 현무-3 미사일 및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외형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미사일 엔진 공기흡입구 위치 등을 보면 현무-3보다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더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모방한 현무-3 미사일(최대 사거리 1500㎞)을 실전 배치했다. 정확도는 3m 이내로 미국의 토마호크와 비슷하거나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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